엘비스와 나란히… ‘로큰롤 선구자’ 리틀 리처드 별세

입력 2020-05-11 04:07
사진=AP뉴시스

엘비스 프레슬리 등과 함께 로큰롤 음악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 미국 뮤지션 리틀 리처드(사진)가 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가족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고인이 그동안 골수암으로 투병했다고 전했다. 1932년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태어난 리처드는 로큰롤의 문법을 정립한 뮤지션 중 한 명이다. 51년 첫 데뷔 음반은 주목받지 못했지만 55년 ‘투티 프루티(Tutti Frutti)’가 크게 히트하며서 스타덤에 올랐다.

리처드는 ‘투티 프루티’ 외에도 ‘롱 톨 샐리(Long Tall Sally)’ 등 많은 곡을 히트시켰다. 누적 음반 판매량은 3000만장이 넘는다.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50, 60년대는 인종차별이 극심한 시기였지만, 그의 음악은 흑인과 백인 모두에게 인기였다. 리처드는 과거 인터뷰에서 “로큰롤은 모든 인종을 하나로 묶는다”며 “나는 흑인이지만 팬들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로큰롤의 설계자’ ‘로큰롤의 창시자’라고 칭했다. 실제로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를 비롯해 믹 재거, 제임스 브라운, 데이비드 보위, 로드 스튜어트 등 팝계의 거물들도 하나같이 리처드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리처드는 86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2003년에는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리처드의 음악 못지않게 주목받은 것은 퍼포먼스였다. 리처드는 피아노를 부술 듯이 건반을 두드렸다. 야성미가 묻어나는 창법도 화제가 됐다. 로이터통신은 그의 전성기 시절을 회상하면서 “리처드는 광인처럼 피아노를 치면서 외치고, 신음하고, 절규하고, 전율했다”고 평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