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우려가 현실로… ‘클럽’서 터졌다

입력 2020-05-09 04: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용인 66번 확진자’ A씨가 다녀갔던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에 8일 일시적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 1일 밤~2일 새벽 이태원 유흥시설을 방문한 이들에게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검사를 받으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황금연휴와 클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취약요소로 지적됐던 두 가지가 맞물리면서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황금연휴 중 느슨해진 거리두기가 밀폐시설에서의 다중밀접접촉을 부른 결과였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지 이틀 만에, 학생들의 등교를 앞둔 상황에서 발생해 방역 당국이 잔뜩 긴장했다. 정부는 전국 유흥시설에 한 달간 운영을 자제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는 지난 6일 양성 판정을 받은 경기도 용인시 29세 남성 A(용인 66번 환자)씨의 접촉자 가운데 13명이 추가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새로 확인된 13명은 A씨의 직장동료 1명과 클럽 접촉자 12명이다. 이로써 집단감염자가 모두 15명이 됐다는 당국의 발표 이후에도 인천과 용인 등지에서 이태원 클럽 관련 2차 감염자가 속속 확인되고 있어 감염 규모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씨가 다녀간 5개 클럽 출입자 명부에는 1500여명이 올라 있고 종업원도 73명이나 돼 감염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집단감염을 우려할 만한 조건이 다 갖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①A씨가 바이러스를 매우 많이 가진 발병 초기였고 ②입장 대기 때는 마스크를 썼지만 클럽에 들어가선 쓰지 않았으며 ③환기가 안 되는 밀폐 공간에서 밀접 접촉이 벌어진 데다 ④A씨의 이태원 일대 동선이 아주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관련 클럽들은 일부만 출입자 명부를 작성한 데다 부정확한 내용이 있고 외국인도 많아서 A씨의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지난 2일 이태원 ‘킹클럽’을 0시부터 오전 3시 30분까지, ‘트렁크클럽’을 오전 1시부터 1시40분까지, ‘클럽퀸’을 오전 3시30분부터 3시50분까지 방문했다. 정 본부장은 “해당 클럽이 아니라도 비슷한 시간에 이태원 일대 유흥시설을 방문했고 의심증상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 달라”며 “이번 감염 사례는 느슨해진 방역수칙 준수에 경각심을 주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방역 당국과 17개 광역자치단체는 긴급회의를 열어 8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클럽, 유흥주점, 콜라텍 등 유흥시설에 ‘운영자제 권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생활 속 거리두기 이전의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때와 같은 수준의 조치다. 또 방역수칙에 마스크 미착용 시 입장 금지, 입장 후 음식물 섭취 때를 제외하곤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단 작성 시 신분증 확인, 종사자 발열체크 대장 작성 등을 추가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벌금 300만원에 처해지고 더 강력한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유흥시설을 제외하곤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한다”며 “체육관, 학원 등은 자율적으로 방역지침을 준수하는데 클럽 등 밀폐된 영업장은 자율적 이행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