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형사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온 것은 1993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이후 처음이다.
조 전 장관은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려 미리 설치된 포토라인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취재진의 질문에 응했다. 그가 발언하는 동안 포토라인 양옆에서는 “조국은 무죄” “조국을 구속하라”는 상반된 고함 소리가 뒤섞여 나왔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저를 최종 목표로 하는 검찰의 전방위적, 저인망식 수사가 있었다”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검찰이 왜곡하고 과장한 혐의에 대해 사실과 법리에 따라 하나하나 반박하겠다”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에 부탁한다. 검찰 공소사실만을 일방적으로 받아쓰지 말라”며 “변호인의 반대신문도 충실히 보도해 달라”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조 전 장관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가 맡고 있다. 2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이날 첫 정식 공판기일이 열렸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특별감찰반이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비위 사실을 파악했는데도 감찰을 중단시킨 뒤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에게서 딸 조모씨의 장학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감찰 무마 의혹부터 들여다보기로 한 상태다.
조 전 장관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감찰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종료됐음을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특감반은 강제수사권이 없어 더 이상 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며, 검찰 주장은 잘못된 법리 적용이라는 취지다. 조 전 장관 측은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건 별론으로 해도 직권남용인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첫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이인걸 전 특감반장(현 변호사)은 검사 측이 “증인 뜻과 달리 감찰을 중단하면 나중에 문제될 것이라 생각했느냐”고 묻자 “그런 생각도 했다”고 답했다. 그는 2018년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당시 “(유 전 부시장 관련) 비위 첩보 자체에 대해선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 그런데 비위 첩보와 관계없는 사적인 문제가 나왔다”는 조 전 장관 발언에 대해서도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증언했다.
반면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특감반 직무집행에 대한 규정이 없지 않느냐” “특감반 업무는 첩보를 수집해서 보고하는 게 전부 아니냐”라며 특감반의 감찰권한이 구체적 근거가 없고 추상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행사를 방해할 구체적인 권한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반박 논리를 다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구속 기소된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11일 0시에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일단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도주의 우려가 없고,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적다”며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