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에 위치한 LG화학 소유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유출돼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이 입원했다. 인도 전역에 내려졌던 봉쇄령이 완화되면서 공장 재가동을 준비하던 중 사고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
인도 NDTV 등 현지 언론들은 7일 오전(현지시간) 안드라프라데시주 해안도시 비사카파트남 소재 ‘LG폴리머스 인디아’ 공장에서 가스 유출 사고가 발생해 이날 오후까지 8세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의 주민이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입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인 피해 여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이날 오전 3시쯤 가스 유출 사고가 발생했으며 공장 반경 5㎞ 내 주민 5000명 이상이 구역질 등의 증상을 느꼈다고 전했다. 공장 인근에는 3000~4000명가량의 주민이 사는 마을이 있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현재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다. 가스 누출 전 화재도 발생했으나 금세 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언론들은 주민들이 의식을 잃고 길가에 쓰러진 모습, 응급구조요원이 쓰러진 이들을 들것으로 옮기거나 어깨에 메고 병원으로 뛰어가는 모습 등을 사진으로 전했다. 매체들은 인접 지역에서도 누출된 가스 냄새 등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사상자는 계속해서 늘 것으로 보인다. 인도 경찰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는 이들 중 100명가량은 상태가 위중하다”고 전했다.
경찰 당국은 “LG폴리머스 공장 내 5000t 규모의 탱크 2곳에서 가스가 샌 것으로 보인다”면서 “마을 주민들이 아직 자고 있던 이른 시간에 공장에서 스타이렌이 누출됐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폴리스타이렌 등 화학제품의 원료인 스타이렌은 인화성 물질로 열이 가해지면 유독가스를 배출한다. 고농도 스타이렌에 노출되면 신경계가 자극받아 호흡곤란, 어지럼증, 구역질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탱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면서 “탱크에 가스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재가동을 준비하다가 화학 반응이 일어났고, 탱크 안에서 열이 발생하는 바람에 가스가 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NDTV는 “LG화학에 따르면 봉쇄 기간 동안 공장이 가동되지 않았지만 유지·보수 인력은 있었다”면서 회사 측의 관리 부실 문제를 제기했다. 레디 안드라프라데시주 산업장관은 “LG화학은 이번 사고에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장에 직접 와서 어떻게 수습할지 설명해야 한다”면서 “형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현지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주민들과 임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신속히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세한 피해 현황과 사고 경위는 정확히 파악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국가재난관리국(NDMA)과 함께 사고 상황을 점검하고 계속해서 모니터링할 것을 지시했다. 안드라프라데시주 당국은 가까이 사는 주민들에게는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것을 명령했다.
임세정 권민지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