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원유 목장 근처 원전 있다” 남양이 몰래단 댓글 수준

입력 2020-05-08 00:11 수정 2020-05-08 00:11

남양유업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댓글부대’를 동원한 경쟁사 비방으로 회장이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홍원식(70) 남양유업 회장 등 남양유업 관계자 7명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돼 수사받고 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초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 업체인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초 남양유업 홍보대행사 직원들은 아이디 50여개를 만들어 댓글부대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맘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에 ‘매일유업에 원유를 납품하는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는데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글을 반복적으로 올렸다.

이에 낙농가와 대리점 측은 매일유업에 “이상한 글이 계속 올라와 소비자들이 오해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고소했다”며 “4개 아이디를 특정해 신고했는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광고대행사와 남양유업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의 경쟁사 비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남양유업 직원 6명이 맘카페 등에 ‘매일유업이 이유식에 사료용 재료를 넣었다’는 등의 비방글을 올린 게 밝혀지면서 매일유업과 맞고소전을 벌였다. 2013년에는 남양유업의 한 판촉원이 매일유업 분유 소비자에게 “매일유업 분유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며 해당 제품을 남양유업의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고 권유한 일도 있었다. 매일유업은 해당 판촉원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은 동서식품을 겨냥해 ‘카제인나트륨’ 성분이 유해 성분인 것처럼 광고해 논란을 빚었다.

2013년에는 유튜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의 녹취 파일이 올라와 남양유업 ‘갑질’이 불거졌다. 해당 녹취에는 남양유업 본사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붓고 대리점에 물량을 떠넘기는 속칭 ‘밀어내기’(강매)를 하는 상황이 담겨 있었다. 남양유업은 이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고 수차례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이 영향으로 유업계 1위였던 남양유업은 현재까지도 그 자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경쟁사 비방 논란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입장을 냈다. 남양유업은 입장문에서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일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당사자는 1년여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 왔다. 심려 끼친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남양유업 관계자와 홍보대행사가 협의해 비방글 및 댓글을 적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담당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벌인 일이라며 본사와는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이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남양유업 말대로 원전 주변이라 영향을 받았다면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며 비판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