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방역 지그재그 착석 혼란… 공연계 여전히 ‘코로나 앓이’

입력 2020-05-08 04:07
뮤지컬 ‘레베카’ 공연이 ‘객석 띄어앉기’ 조치로 개막 나흘 전 취소되면서 성남문화재단과 주최 측간 소송 시비가 예상된다. 사진은 뮤지컬 ‘레베카’ 속 한 장면. EMK컴퍼니 제공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8~10일 4회 공연 예정이던 뮤지컬 ‘레베카’는 공연을 불과 나흘 앞둔 지난 4일 전격 취소가 결정됐다. 전날 발표된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련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성남아트센터가 공연 불가 통보를 전했기 때문이다. 중대본의 지침 가운데 공연장 관련 세부지침에는 ‘공연 관람 시 좌석은 지그재그로 한 칸 띄워 앉도록 예매하며 착석하기’가 명시돼 있다.

성남아트센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지난 4월 21일 ‘레베카’의 연기 및 취소 협조 요청 공문을 주관사인 에스플레이프로젝트에 보냈었다. 하지만 에스플레이프로젝트는 티켓이 거의 매진돼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성남아트센터 관계자는 7일 “에스플레이프로젝트가 지침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연기하거나 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면서 “현재 에스플레이프로젝트와 일정 연기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 취소될 경우 대관료는 100% 환불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레베카’는 지난 3월 서울 공연을 마친 이후 지방 투어가 예정돼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4월부터 5월초 사이의 공연이 6~7월로 연기되고 5월 중순부터 투어가 재개되는 형태로 조정됐지만 생활방역 체제 이후 공공극장의 ‘지그재그 착석’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지역에는 ‘레베카’ 같은 대형 뮤지컬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대부분 성남아트센터 같은 공공극장이다. 오는 15~17일 인천문화예술회관, 22~24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예정된 ‘레베카’ 공연을 놓고도 주관사와 공연장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공공극장은 정부 지침을 운영지침으로 보고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데 비해 민간에서는 권고사항 정도로 본다는 점에서 인식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 블루스퀘어의 ‘오페라의 유령’이나 샤롯데극장의 ‘드라큘라’ 등 민간 공연장에서는 좌석 판매에 어떤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공연계에서는 공공극장만 티켓 판매에 제한을 두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공공극장마다 입장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국립극장은 오는 14~24일 국립창극단 ‘춘향’의 공연을 예매했던 관객들에게 모두 연락을 취해 재예매를 부탁했다. 중대본의 생활방역 지침에 따라 좌석을 지그재그로 다시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 예술극장과 대학로 예술극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예정됐던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리사이틀 역시 생활 방역 지침에 따라 취소됐지만 예술의전당이 아니라 손열음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오히려 예술의전당은 공공극장이지만 민간 기획사의 어려운 상황을 알기 때문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공공극장은 기본적으로 5월까지는 생활방역 지침에 따라 지그재그 좌석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연계에서는 지그재그 좌석제가 계속될 경우 민간은 공연을 아예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강경루 박민지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