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곳간이 심상치 않다… 1분기 재정적자 55조 역대 최대

입력 2020-05-08 00:36

코로나19 사태로 우려됐던 나라 곳간 사정이 현실이 됐다. 연초부터 수입은 줄고, 지출이 늘면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1분기 관리재정수지가 역대 최대인 55조3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코로나19로 앞으로 써야 할 돈은 더 많기 때문에 나라 살림은 빠르게 악화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7일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서 올해 1~3월 총수입은 119조5000억원, 총지출은 164조8000억원이라고 밝혔다.

경기 부진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총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조5000억원 줄었다. 특히 세금과 밀접한 국세수입은 69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조5000억원이나 줄었다.

법인세가 1년 전보다 6조8000억원 덜 걷혔는데, 지난해 반도체 부진에 따른 기업 실적 감소 영향이 컸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를 감안해 올해 법인세 납부 시기를 최대 3개월까지 늦춘 점도 감소폭을 키웠다.

반면 같은 기간 지출은 크게 늘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으로 1~3월 쓴 돈은 전년보다 무려 26조5000억원 많았다. 이로 인해 총수입과 총지출의 균형을 나타내는 통합재정수지는 1분기 45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55조3000억원 적자다. 두 수치의 적자 규모는 모두 2011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대다.

향후 적자 살림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세수 감소는 올해 1분기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부가가치세 신고는 지난달 시작됐고, 자영업자 사업 소득 감소 신고는 내년에 이뤄진다.

이 와중에 써야 할 돈은 대폭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코로나19 대응 1차 추가경정예산과 재난지원금 지급 2차 추경으로 총 26조원(1차 11조7000억원, 2차 14조3000억원)의 돈을 쓴 상태다.

다음 달 초에는 30조원대 규모의 3차 추경도 추진한다. 적자 살림이라 국채 발행인 ‘나랏빚’ 증가는 불가피하다. 2차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819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41.4%까지 올라갔다. 3차 추경과 성장률 전망치 조정이 함께 이뤄지면 국가채무비율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아울러 올해 이후에 경기 부진이 해소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큰 규모의 지출이 필요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 정부가 계획했던 2021년 총예산은 546조8000억원이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