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1분기 내수·수출 모두 휘청거렸다. 분기 기준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서비스업생산과 소매판매는 금융위기 이후 다시 동반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1~3월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억2000만 달러(11.6%) 늘어난 136억1000만 달러로 2012년 1분기(12억9000만 달러 적자) 이후 3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코로나19 영향이 두드러지는 건 상품 수출입 부문이다. 1분기 상품수지 흑자는 153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억8000만 달러(21.4%) 줄었다. 분기 기준으로 137억4000만 달러를 남긴 2013년 1분기 이후 최소 흑자다.
상품수지 악화는 전염병 확산 등에 따른 국제교역 둔화 속에서 수출이 수입보다 크게 준 탓이다. 1분기 수입으로 해외에 지불한 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억4000만 달러(1.7%) 감소한 데 비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62억1000만 달러(4.5%) 줄었다. 수출입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감소한 2019년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내리막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진 건 나머지 수지가 개선된 덕이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출국자 급감에 따른 여행수지 적자 감소 등으로 1년 전보다 19억 달러(26.5%) 줄고,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같은 기간 23억4000만 달러(153.9%) 늘었다.
통계청은 올 1분기 국내 서비스업생산과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각각 1.1%, 2.9% 감소했다고 밝혔다. 두 실적이 함께 떨어진 마지막 시기는 2009년 1분기다.
서비스업생산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서울(2.3%) 경기(0.0%)를 제외한 15곳이 줄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거셌던 대구는 4.4%, 관광객이 끊긴 제주는 10.3%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전남만 3.9% 늘고 나머지 16개 시·도가 감소했다. 전남은 슈퍼마켓 편의점 등 작은 소매점이 꾸준한 매출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소매판매가 저조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한몫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이 많은 도시는 소매판매 감소폭이 컸다. 제주가 관광객 감소와 면세점 소비 위축으로 14.8% 하락했고, 대구와 인천은 각각 9.9%, 9.1% 줄었다. 서울(-7.9%) 대전(-7.5%) 부산(-6.5%) 등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분기 경제의 향방을 가를 관건은 수출이다. 국내는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확산세가 여전하다. 각국 수요 둔화로 수출이 급감한 4월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월 통관 기준 무역수지가 99개월 만에 적자를 냈다”며 “통상 4월에는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4월 적자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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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기자, 세종=전슬기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