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를 겪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지난달 12일 시작된 ‘공감소비운동 기쁨의 50일’ 캠페인이 5부 능선을 넘어 전국교회로 퍼져나가고 있다. 캠페인의 마중물이 된 목회자 기도모임 ‘말씀과 순명’에 함께해온 화종부 남서울교회 목사를 6일 온누리교회 양재성전에서 만났다.
-‘기쁨의 50일’을 위한 공감소비운동에 남서울교회는 어떻게 동참하고 있나.
“성도들의 부활절 헌금으로 마련한 재정 전액을 운동에 쓰도록 했다. 예년과 다른 점은 필요한 곳에 현금을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성도들이 직접 전통시장을 찾아가 이웃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며 소상공인들을 위로하고 물품을 상자에 담아 전달하는 과정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동참을 고민하면서 나온 아이디어도 적극 활용했다. 개강이 늦춰지면서 타격을 입은 지역 내 대학 상권을 살리기 위해 중앙대 숭실대 총신대 등 캠퍼스 인근 식당을 대상으로 식권을 일괄 구매해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에게 전달했다. 교회가 사역을 지원해 온 농어촌교회와 군부대에는 현금을 보냈다. 이 또한 교회와 부대가 위치한 지역 내 소상공인을 통해 소비가 이뤄지도록 해 취지를 살렸다.”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이웃들을 섬기되 물질의 나눔뿐 아니라 마음이 전달되는 기회가 되도록 수고하자고 독려했다. 물품을 절대 싸게 구입해선 안 된다는 지침도 있었다. 도매가가 아니라 소매가로,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 성도 개인이 필요한 물품은 부담 없이 추가 구매하고 전체 교구가 빠짐없이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주안점을 뒀다. 남서울교회는 인근에 재래시장이 없어 다른 지역 시장을 활용했다. 도움을 드릴 때도 노원구에 있는 노인시설과 기관을 리스트에 넣었다. 공감 소비의 지역적 범주를 확장해 진행한 셈이다.”
-공감의 운동성이 ‘소비’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부산물 중 하나가 연약한 교회를 돌아보고 지역사회 회복을 위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삶’을 각인시켜 준 귀한 선물이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말씀과 순명’ 기도모임을 시작했는데 모임을 지속하면서 확신이 생겼다. 자본주의는 결국 자기중심적인 소비와 소유, 자기만족과 성취가 핵심인데 복음은 철저하게 자기가 아닌 하나님과 이웃에 우선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 자기를 위해 사는 것이 당장은 좋아 보여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임을, 섬기고 종이 되는 게 더 크고 귀한 것임을 코로나19를 통해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 살아나고 좋아지기 시작해야 인생 살맛이 나는 게 ‘사랑’이다. 그게 성경의 원리이고 코로나19 이후 사회에 확산돼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향후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크리스천들의 상황 판단이 불신자들과 똑같아선 안 된다. 두 번째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방역당국이 요청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 지침을 따르되 결국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기도하며 신앙의 근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코로나19로 대량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을 위해 대제사장처럼 기도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기도하며 도움의 손길을 모색해야 한다.”
-‘기쁨의 50일’ 여정의 절반을 지나왔다. 남은 기간 지향할 점은.
“그동안 재정을 모아 각 분야의 시급한 부분부터 집행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흘러가는 데 힘썼다면 이제 조금 더 그늘진 곳이나 사각지대가 없는지 세심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교회가 찾아가야 한다.”
-고난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웃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이 땅 위에 펼쳐진 것들보다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한 번 흔드니까 모든 것이 멈췄다. 세상의 가치가 얼마나 가벼운 것이었던가를 깨닫게 됐다. ‘이 땅은 그야말로 나그네였구나. 지나가는 세상이었구나’라는 게 굉장히 선명해졌다고 본다. 진짜 소망은 예수께서 우리에게 주신 하늘 본향이다. 세상이 더 나아질 것에 대한 기대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요동하지 않을 나라에 대한 소망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