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네 혀를 지켜라

입력 2020-05-08 04:04

21대 총선을 1주일 앞둔 지난달 8일, 여야의 막말 논란이 고소 고발전으로 번졌다. 국회의원 후보가 막말 때문에 선거일을 며칠 앞두고 당에서 제명되는 일조차 벌어졌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계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주의적 막말은 유명하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온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다니 이게 다 무슨 일인가?”라고 말해 우리의 귀를 의심하게도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정적에 대한 인격모독적 막말도 종종 화제가 되곤 했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직장, 가정에서나 심지어 교회에서도 말 때문에 받는 상처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왜 하나님께서는 갑자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우리의 입에 마스크를 씌우셨을까? ‘네 혀를 지켜라’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다. 말에는 지우개도 없어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말이 내 안에 있을 때는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지만 내 입을 떠나면 내가 한 말이 나를 지배하게 된다. 원망이나 분풀이도 하나님께 해야 진정도 되고 위로도 되지, 상대방에게 쏟아놓으면 독이 되고 칼이 되고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내가 오늘 어떤 말을 하고 사는지, 이를 평생 연결하면 나의 인격이 되고 인생이 된다.

각국의 속담이나 구전을 통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말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사람이 두 귀와 한 입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뜻이라고 했고, 탈무드에서는 말을 부드럽게 하면 사람을 살리고 악하게 하면 사람을 죽인다고 경고했다. 영국 속담에 ‘지혜는 들음에서 나고 후회는 말함으로써 생긴다’고 했고, 이해 계산이 밝은 아라비아 사람들 속담에는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이고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본다’고 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경영 문제의 60% 이상이 잘못된 의사소통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말이 말을 만들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며,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는 우리 속담이 피부에 와 닿는다.

성경에서는 우리의 혀를 어떻게 지키도록 권면하고 있을까. 에베소서 4장 29절에 ‘너희는 무릇 더러운 말은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유익하고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고 권면하고 있다. 잠언에서는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키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잠 10:19), ‘온순한 혀는 곧 생명나무이지만 패역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하느니라’(잠 15:4)고 했다. 성경적으로 볼 때 말이 마음의 생각이고 말에는 생명과 사망의 권세가 있다.

우리는 각자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살아가는지 언어의 습관을 모니터링해 보았으면 좋겠다. 권력을 가진 자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로 상처를 받게 될 국민들의 아픔을 생각해 보았는가? 교회 목사, 장로의 고집과 자기 주장과 다툼이 얼마나 많은 성도들의 은혜를 줄이고 아픔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직장의 상사나 가정의 부모들이 무심코 하는 자기 중심적 지시나 짜증 섞인 말이 주위 사람들 마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가?

입만 열면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적인 행동과 성격을 갖게 된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도 비판과 질책의 입이 아니라 칭찬과 격려의 온순한 혀다. 만일 의심 불만 불평 정죄함이 우리 입에서 사라진다면 우리의 미래가 긍정적이며 평탄하게 될 것이다. 국가나 개인 간에 말로 공격하고 상처를 주는 요즘 하나님께서는 네 혀를 지키라고 명령하신다. 선한 마음, 선한 말 한마디로 자신의 운명을 개조해 가고 코로나로 지친 이웃과 기업의 생명을 살려내자.

윤만호 EY한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