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의 후속 격인 중장기 대책이 올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장기화로 미뤄지고 있다.
단기대책의 골자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위주의 진료를 맡도록 수가 조성 등 보상체계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후 중장기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계·수요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구성돼 여러 논의가 이뤄졌지만,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의 여파로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협의체에 참여했던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개편 방향에는 참여자 모두가 동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의원급의료기관 활성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의 서비스 영역 확장·경쟁력 및 기능 강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원의의 95%가 전문의라는 점을 고려해 정부는 의원급의료기관이 우수한 의료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우수 자원과 시스템에 걸맞은 의료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의료정책은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차 병원 생태계를 흔들 정도의 급격한 시스템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을 살리는 쪽으로 의료전달체계가 개편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자들의 병원 이용 행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형병원의 환자 수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지만, 병·의원급은 회복 속도가 더디다”며 “이를 염두에 두고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병원급 의료기관에 집중하는 이유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핵심이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감염병 진료 병원 지정·공공의료체계 강화가 최우선 과제”라면서 “각 의료기관이 본연의 기능을 찾아가는 쪽으로 개편해 걸맞은 역할 분담을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리하면 이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허리를 맡는 지역의 병원급 의료기관이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거나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김 교수는 “향후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는 큰 개편이 올 것”이라며 “의료기관별로 새로운 기능에 맞는 제도와 의료전달체계 모형이 필요한 만큼 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의 진지한 고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은 의료기관의 기능에 맞는 의료 제공 및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 등의 해결이 목표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중증환자들이 적정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병·의원급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회송을 의사가 판단할 수 있게 했다. 또 치료 후 관리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회송하는 시스템 활성화 방안에도 일정 부분 합의를 마쳤다. 아울러 지역의료 역량 강화 방안으로 ▲지역우수병원 지정 ▲전문병원 및 일차의료기관 기능 강화 등을 내건 바 있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