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 “감염노출 위험 상황별 세밀한 방역지침 마련하자”

입력 2020-05-10 17:38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제공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고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침은 국민들의 노이로제를 야기한다. 어느 상황이 위험한지 평가하고 위험도에 따라 지침을 달리해야 한다.” 방역당국이 지난 6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생활 속 거리두기에 대한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쓴 소리다.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을 위해 정부는 지난달 23일 개인의 생활 방역을 위한 5대 기본수칙과 4대 보조수칙, 집단의 생활방역을 위한 집단 기본수칙과 31개 유형별 세부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이하려면 국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위험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방역지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뉴 노멀이란 코로나19 이후 일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는 “정부 지침의 문제점은 너무 좋은 이야기만 나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즉, 코로나19 장기전을 대비하려면 국민들이 감염 고위험 상황을 피하게 해야 하는데도 대중교통으로 회사를 가거나 호텔·쇼핑몰 등의 시설을 이용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어떤 장소가 위험한지 명확하게 경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장소별 상황별 위험도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생활방역체계로의 전환 이후 국민 혼란 방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대중이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코로나19 사태 종료로 착각할 수 있고, 마스크를 벗거나 외출 증가로 인한 바이러스 재확산 가능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사태를 돌아보면 방심할 때마다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며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던 시기에도 31번 확진자가 발생했고, 콜센터·의료기관 등에서 환자가 나왔다. 코로나는 휴지기를 맞았을 뿐 끝나지 않았음에도 국민들은 마스크를 쓸지 말지를 묻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발생한 확진자들의 역학조사 결과와 과학적 증거들을 기반으로 위험 상황과 장소들을 분석해 위험도를 나눠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위험도 평가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장기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6주에 걸쳐 진행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국민 피로도와 불안감을 높인 것을 두고 김 교수는 “2주 후의 상황을 알 수 없다”며 “2주 간격으로 반복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되풀이 하다 보니 국민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건강염려증이 있거나 유약한 환자들은 노이로제 때문에 힘겨워한다. 6번 이상 검사해서 음성이 나왔는데도 숨이 안 쉬어진다며 우는 사람들도 있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김 교수는 “정부는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2~3개월의 단계별 플랜을 짜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도 사태 종식으로 착각하지 않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확진자 전체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분석하면 어떤 상황에서 감염 발생 위험이 높은지 예측할 수 있는 장기 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진정한 ‘뉴 노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방식이 요구됨을 강조했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마스크를 쓰면 이상하게 여기는 분위기였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인식이 크게 변해 의료기관과 정부는 당시 경험을 되살려 이번 사태를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의 종식을 낙관하지 않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이 불러온 재앙으로 이러한 형태의 감염병은 유행은 재현될 수 있다”며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은 사스의 교훈을 얻지 못해 코로나19 사태를 야기했고, 감염병 수칙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대규모 확산을 자초했다”면서 “야생동물·돼지·소·닭·오리 등을 통한 인수공통감염병은 인간의 식습관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