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유행 상황 하에서도 안심하고 의료기관에서 필수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안전한 예방접종 안내서’. 의료계와 협의해 확정되었음에도 사전예약, 접종-진료시간 분리 등 일부 내용에서 혼선과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질병관리본부가 마련한 안내서의 주요 내용은 ▲사전예약 통한 접종-진료시간 분리 ▲의료기관내 인원 최소화 위한 예약시간 준수 ▲건강한 어린이-아픈 어린이의 진료 동선 분리 ▲접종대상자 쏠림 방지를 위한 의료기관 규모별 적정 대상자 수 규정 및 시간 분배 계획 설정 ▲의료진의 개인보호구 착용 등이다. 이 가운데 ‘건강한 어린이와 아픈 어린이 진료 공간 구분’, ‘대기좌석 및 위치가 사회적 거리(1.5m)의 권장 사항 충족’ 등도 원안에는 포함됐지만, 개원가의 공간적 제약 등을 반영해 최종안에서는 삭제됐다. 또 ‘의료진은 KF94나 N95 이상 호흡기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는 문구도 ‘개인보호구 착용’으로 변경하는 한편, 사전예약제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내용도 ‘가급적’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접종-진료시간을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야 한다는 의료기관 준수사항 역시 ‘가능하다면’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안내사항은 ‘강제’하지 않고 의료기관 상황에 따라 적합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의료계는 코로나19의 심각성 및 애로사항 반영 등의 이유로 이러한 내용의 안내수칙 준수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지원과 국민 참여가 미진할 시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은 “초안을 봤을 때 의료현장의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일부 요구사항이 반영되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준비된 것들이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고 국가재난 상황이라면 그에 맞는 지원은 있어야 한다”며 “질본에서 예산까지 어떻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업무 부담에 따른 수가 등 지원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마스크나 장갑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들이 따라주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예방접종자가 몰리지 않으려면 사전예약 기능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국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어렵고, 본인 사정에 맞춰 병원을 내원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질본은 의료기관 부담경감을 위해 ‘사전예약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회의 당시 의료계에 수가 관련 상황을 잘 말했고 원만하게 합의했다. 현재 기관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사전예약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5월 말 오픈을 목표로 한다”며 “6월 중에는 모바일로도 예약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인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경우 예진표 작성도 전자로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추가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엎친데 덮친 병의원들… 비좁은 공간서 ‘안전 예방접종’ 가능할까
입력 2020-05-11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