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과실에 따른 의약품 판매중단 행정처분이 약국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약국가에는 JW중외제약의 고지혈증치료제 ‘리바로정’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리바로정이 판매중단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다는 소문이 의약품 유통사·제약사 영업사원 등에 의해 퍼졌기 때문이다. 리바로정은 실제 판매중단을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제품에 일련번호가 누락되면서 공급내역 보고 오류가 발생해 판매중단 처분 예고를 받았다”며 “처분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견 제출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처분 일부에 대해서는 과징금으로 대체하거나, 판매중단 실시에 앞서 공급을 늘려 품절 이슈가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품질·안전성에 문제가 있거나, 제조사의 리베이트가 적발된 의약품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린다. 처분은 일정 기간 판매·광고·제조 업무를 중지하거나 급여를 정지하는 등이다. 식약처는 처분 확정에 앞서 제약사에 사전통지하고, 처분 사유에 대한 기업 측 의견을 제출받는다. 이 기간 동안 일선 영업사원들에 의해 행정처분 예고 사실이 누출되고, 약국가에서는 행정처분이 예고된 의약품 재고를 미리 확보해두기 위해 ‘사재기’를 하는 소동이 벌어진다.
제약사가 받는 판매중단 행정처분으로 약국이 골머리를 앓는 일은 고질적인 문제다.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 1월에는 동아ST의 의약품 89품목에 대한 3개월 판매중단 소식이 알려졌다. 당시 대규모 판매중단에 대한 약국가의 우려가 커지자 대한약사회는 동아ST와 간담회까지 개최했다. 당시 동아ST는 판매중단 처분을 과징금으로 적극 대체하고, 과징금 대체가 불가능한 품목은 도매상에 판매중단 기간에 상응하는 재고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약사들은 판매중단 처분의 충격이 약국으로 전달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제약사에 대한 행정처분이 있을 때마다 일선 약국과 환자들이 의약품 수급 불안을 겪는 상황이 더 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관계자는 “판매중단에 급여 중지가 병행되지 않아,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도 병원에서 처방은 계속된다”며 “결국 환자들에게 약을 공급해야 하는 약국만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판매중단이 예상되는 약품을 확보하려 분투한다”고 말했다.
판매중단 처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처분의 목적은 제약사의 과실에 대한 징계이지만, 정작 제약사는 판매중단 처분 확정·시행에 앞서 해당 품목의 공급량을 늘리곤 한다. 병원과 약국에서 약품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중단 기간 판매량에 상응하는 물량을 미리 공급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판매중단 기간만큼의 매출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 제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정부는 아직 명확한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약품은 판매·제조·급여를 동시에 중단한다”면서도 “위해 우려가 없는 약품에 대한 행정처분의 경우, 당장의 개선안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판매중단으로 인한 매출 손실 여부와 별도로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제약사에게 페널티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