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경심 “표창장 총장이 기안 지시”

입력 2020-05-07 04:03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에게서 “봉사상을 줄 테니 기안을 해서 올리라”는 말을 듣고 딸 조모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정상 발급받았다고 법원에 밝혔다. 앞서 법원이 표창장 발급 경위에 대한 정 교수 측의 입장 표명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 교수 측의 이 같은 주장은 최 전 총장에게서 표창장 발급을 위임받았다는 그간의 입장과 배치된다. 최 전 총장이 조씨에게 자기 명의의 표창장을 결재해 준 적이 없다고 증언한 것과도 충돌한다.

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교수 측은 지난 4일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등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에 ‘2012년 9월 당시 최 총장이 (딸 조씨에게) 봉사상을 줄 테니 기안을 해서 올리라고 했고, 정식 승인을 받고 정상적인 표창장을 받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 교수 측은 당시 동양대 여직원을 통해서 표창장을 건네받았다고 밝혔다. 정 교수가 직접 총장 직인 부분을 스캔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검찰 공소사실과는 정반대다.

문제는 정 교수 측 주장이 그간의 입장과 모순이라는 점이다. 정 교수는 최 전 총장이 표창장 발급을 위임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정 교수는 지난해 9월 4일 최 전 총장에게 “저희 학교에서는 실제로 많은 일을 부서장 전결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습니까”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와 함께 기사링크를 보냈다. 당시 첨부된 기사의 내용은 표창장 문제가 커지자 정 교수가 최 전 총장에게 전화해 표창장 발급을 위임했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내 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이틀 뒤 인사청문회에서 “제 처가 위임받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최 전 총장은 지난 3월 30일 공판에서 “딸 조씨가 표창 대상으로 추천됐다면 당연히 제게 결재가 올라왔을 것”이라며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표창장을 준 사실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 측 주장은 공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와도 불일치하는 측면이 있다. 정 교수 측은 최 전 총장을 반대신문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양식에 맞지 않는 상장은 정상 발부되지 않은 상장이라는 것을 전제로 주장하고 있다”고 했었다.

정 교수 측은 의견서에서 앞선 검찰 조사 때와 같이 딸 조씨의 표창장을 분실해 2013년 동양대에서 재발급받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딸 조씨 표창장에 찍힌 직인이 인주였는지 디지털 프린트였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