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6일 대국민 사과는 본인이 피고인으로 있는 국정농단 사태 파기환송심의 이례적인 진행에 따라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회복적 사법’을 강조,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삼성이 곧바로 화답하면서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가 불가능하진 않다는 예측이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는 현 시점에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양형 사유의 감경요소로 작용하는 ‘진정한 반성’으로 보일 여지는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회복적 사법의 개념이 대두되는 점도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기류는 지난해 8월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태 관련 판결 이후 이뤄지던 ‘재구속’ 관측과는 사뭇 다르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2심 재판부의 근거들을 상당 부분 배척했었다. 대법원은 삼성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강요에 버티지 못하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금을 준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했었다.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인 승계작업이 진행됐다는 판단도 제시됐다.
대법원은 무엇보다도 삼성이 최씨 측에 준 딸 정유라씨의 말 구입비, 승마훈련 지원 비용 등을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이에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 액수는 50억원가량 늘어난 상황이었다. 특경가법상 횡령 범행의 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다만 지금 법조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애초부터 ‘작량감경’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판사 재량으로 형을 낮추는 작량감경을 통하면 2년6개월까지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형은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실형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부에서도 여러 시도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부회장의 회복적 사법에 이견이 없진 않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진지한 반성을 하려면 실체부터가 드러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특검은 정 부장판사가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한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가 기각됐다. 이후 재항고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관련 서류가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일인 이날 대법원에 접수됐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대법원의 결정 이후 재개된다. 특검 관계자는 “재항고를 한 상태에서 이 부회장의 사과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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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