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54)씨는 6일 오전 11시 서울시청에 있는 서울도서관을 방문해 예약해둔 책을 두 달 만에 찾았다. 김씨는 지난 2월 24일 예약 신청을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다음 날인 25일부터 도서관이 문을 닫아 빌릴 수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도서관이 놀이터였는데 닫아서 너무 답답했다”며 “서점에서도 절판된 책인데 이제야 읽는다”고 웃어 보였다.
정부가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지침을 전환하면서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일부 공공문화시설들이 다시 문을 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는 점심시간 짬을 내 방문한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오전 10시 개장 이후 2시간30분 동안 66명이 다녀갔다. 미술관 관계자는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박다정씨는 “원래 미술관에 관심 없는데 문을 닫았다니까 오히려 오고 싶더라”며 “개장 소식을 듣고 바로 왔다”고 전했다.
시민들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 대학생 조상준(24)씨는 “학교에서 박물관을 방문하는 과제를 내줬는데 문을 닫아서 못하다가 드디어 하러 왔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정보도서관을 방문한 직장인 이세호(41)씨는 “공공도서관이 안 열려 지하철 대출서비스를 살펴보곤 했는데 이제 책을 빌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설들은 방역에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입구 바닥에 1m 간격으로 빨간색 거리두기 표시를 붙여놓고 바리게이드를 설치했다. 오후 1시쯤 11명이 몰려 줄을 서자 직원이 뛰어다니며 간격 유지를 안내했다. 직원 두 명이 감시하는 열화상 카메라를 거쳐 검표대에서 사전예약 여부를 확인받은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제한적 개장에 일부 혼선도 빚어졌다. 서울도서관은 예약도서 대출만 허용했는데 이를 모르고 방문한 많은 시민들이 허탕을 쳤다. “예약 방법을 모르는데 어떡하라는 거냐”는 70대 할머니 물음에 도서관 직원이 휴대폰을 보여주며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민간시설의 방역은 좀 느슨한 모습이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지침이 전환되면서 이날부터 운영중단 권고가 내려졌던 PC방과 헬스장 등도 영업을 재개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PC방 업주 A씨는 “개인정보 수집 대장을 올려놓긴 하는데 굳이 적게 하진 않는다”고 했다. 한 피트니스센터는 입장 시 마스크 착용 여부를 거짓으로 표기해도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