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루플레이 공격적”… 새벽잠 설치며 본 미국팬들

입력 2020-05-07 04:01
LG 트윈스 3루 주자 채은성(가운데)이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전 8회 2사 2·3루 때 두산 베어스 투수 채지선의 폭투를 틈타 홈플레이트로 쇄도하고 있다. LG는 채은성의 주루플레이로 얻은 득점을 포함해 이 이닝에만 5점을 뽑아 8대 2로 완승했다. 연합뉴스

“주자가 베이스로 들어갈 땐 잠들지 말라. 한국의 주루플레이는 미국보다 공격적이다.”

‘야구 본고장’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수입한 한국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를 생중계로 시청하며 밤잠을 설쳤다. KBO리그 개막전이 시작된 지난 5일 낮 2시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같은 날 새벽 1시였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일부 선수·전문가·언론인은 자국 스포츠채널 ESPN의 KBO리그 생중계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SNS에 대체로 호의적인 관전평을 남겼다. MLB 중계를 수입만 했던 한국이 야구 콘텐츠 ‘역수출’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미국에서 KBO리그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팬들의 반응을 열성적으로 끌어낸 MLB 선수는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한 시즌을 활약한 뒤 탬파베이 레이스로 이적한 투수 맥과이어다. 맥과이어는 KBO리그 경험담을 적절하게 섞어 “한국의 주루플레이가 미국보다 공격적”이라고 썼다. LA 다저스 외야수 무키 베츠는 KBO리그 개막을 기념한 특별 영상을 별도로 제작해 SNS로 배포했다.

전문가와 언론인은 하루가 지나서야 관전평을 쏟아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포함한 MLB 스타플레이어들을 관리하는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6일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다른 국가가 경기를 시작하고 선수를 보호할 유용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오늘 경기를 했다. 미국도 야구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ABC방송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지국 스포츠 국장 마이크 길레스피는 KBO리그 중계방송 관전을 나타내는 해시태그 ‘#KBOonESPN’와 함께 “좋은 경기”라고 평가했다.

ESPN은 매일 5경기씩 열리는 KBO리그에서 1경기만을 선택해 중계한다. 개막전은 NC와 삼성의 대구 경기, 6일 경기는 두산과 LG의 잠실 경기가 중계됐다. 그중 미국 야구팬의 가장 격렬한 반응을 끌어낸 팀은 NC다. 모기업 명칭과 같은 영문 이니셜을 사용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야구팬들의 집중적인 응원을 받았다.

일본 언론들은 KBO리그 10개 팀의 철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계와 더불어 미국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해외 프로야구 정규리그 생중계에 주목했다. 닛칸스포츠는 “미국에서 지금까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과 미국·일본 올스타전을 제외한 다른 나라 프로야구 경기가 방송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일본 역시 유무선 플랫폼 스포존을 통해 KBO리그를 수입했다.

모든 평가가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미국 일간 LA타임스의 딜런 에르난데스 기자는 KBO리그가 미국에서 한밤중이나 새벽에 중계되는 점을 앞세워 “수면 유도제”라고 악평했다. 잠이 올 만큼 경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애기다. 다만 그는 선수나 구단의 역사를 알아야 몰입할 수 있는 야구의 특성상 낯선 KBO리그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여러 세대로 축적된 사고와 기분을 배제하고 전개되는 경기를 보는 것은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에서 시청률과 같은 지표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며 “다만 KBO 공식 SNS 계정을 연결하는 해외 이용자들의 태그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긍정적인 반응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