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불났어요. 불났어.”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사고가 났던 지난달 29일 오후 1시32분. 경기도 소방본부에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공사현장 관계자로 추정되는 최초 신고자는 “(공사현장) 3층까지 불꽃이 올라온다”며 현장 상황을 묘사하며 신속한 출동과 인명구조를 요청했다. 경기도 소방본부는 첫 신고자와의 통화 도중 출동지령을 내렸다.
국민일보가 6일 미래통합당 안상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당시 119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화재 발생 직후부터 소방 당국에는 목격자들의 신고 전화가 쇄도했다. 첫 신고 접수 1분 후 전화를 건 다른 신고자는 “폭발해요, 폭발. 거기 인부들, 사람들 안에 다 있어요. 일하는데, 지금 폭발하고 난리에요”라고 상황을 전했다. 12번째 신고자는 “이미 출동하고 있다”는 접수자의 말에 “그냥 물어보지 말고 빨리 엄청 보내야 해. 엄청 크다고요”라고 소리쳤다. 일부 신고자는 화재 당시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샌드위치 패널’을 언급하기도 했다. 3번째 신고자는 “모가생활체육공원 앞의 건설현장인데 샌드위치 패널에서 불이 났다”고 설명했다.
화재는 인근 군부대에서 목격될 정도로 거대했다. ‘항공작전사령부 관제타워에서 근무하는 중사’라고 밝힌 한 군 간부는 “큰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고 빠른 출동을 당부했고 중부고속도로에서 운전 중이던 이들 중 일부도 차를 세운 뒤 화재를 신고했다.
구조대 증원을 요청하는 내용도 녹취록에 남아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2시27분쯤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인명피해가 굉장히 많을 것 같다. 30명 정도로 예상된다. 구급차를 더 보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날 화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은 38명이었다.
해당 물류창고에서 근무하는 가족을 둔 이들의 다급한 확인 전화도 잇달았다. “조카딸이 물류창고에서 근무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 “가족이 공사현장에서 페인트 도색 작업을 하는데 계속 연락이 안 된다” “사상자 명단을 알 수 있느냐”는 내용 등이었다. 오후 8시11분까지 접수된 신고 전화는 44통에 달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