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가이드라인”… 의료진, EPL 6월 초 재개 제동

입력 2020-05-07 04:03
6월 초를 목표로 추진 중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재개안이 이번에는 각 구단 의료진의 반발에 부딪혔다. EPL 사무국이 제시한 방역 가이드라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생 시 책임 소재조차 명확히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렌틱은 프리미어리그 의사협회(PLDG)가 지난 4일(현지시간) EPL 사무국 측에 즉시 답변을 요구하는 10개 부문 100개 질문과 우려사항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EPL 측에서 추진 중인 리그 재개안 ‘프로젝트 리스타트(Project Restart)’에 따라 지난주 방역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배포된 데 따른 반응이다.

의료진은 가이드라인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서한에서 이들은 “죽음을 초래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승인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또한 “의료진 개인에게 선수·직원들을 안심시키라는 압력이 강하게 가해진다”면서 “우리조차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수·직원들에게 동의하라고 설득하는 게 옳은가”라고 캐물었다.

이들은 감염이 발생할 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물으며 “책임이 구단에 있다면 그런 중요한 (구단의) 정책 변화를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기대하는 게 이성적인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만일 현재 재개안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각 구단은 당장 18일부터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리그 개막까지는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근 소속 선수들에게 일주일 내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EPL 재개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훈련에 돌입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PL 측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중요한(essential)’ 경우 이외에는 의료진이 선수를 직접 치료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추가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PLDG는 “중요한 경우라는 걸 정의해달라”며 “한참 남은 리그 진행 기간 동안 선수들에게 알아서 치료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PL 사무국은 설득 작업에 돌입한다. 일간 더타임스는 EPL 사무국과 영국 정부 의료전문가들이 다음주 중 회의를 열어 구단 의료진들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리그 재개안에 불안감을 드러내 온 선수협회(PFA)와 감독협회(LMA) 대표도 자리한다. 영국 정부는 이에 앞서 각 프로스포츠계와 정부 실무진 회의를 열어 공동 지침을 정하고 EPL 20개 구단의 동의를 받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