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에서 사업가, 문화사역자를 거쳐 목사까지. 최형만(53) 목사는 먼 길을 돌아 지난달 28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정식으로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두 가지로 신앙생활과 독서를 꼽은 그는 7일 자신의 독서와 신앙생활을 담은 책 ‘절대시간’(CLC)을 발간한다. 새로운 교회에서의 새 출발까지, 목사로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최 목사를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목회자의 아들로 태어나 신앙생활을 했지만, 그의 첫 일터는 ‘세상’이었다. 21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일찍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개그맨을 시작했다. 예능인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의미보다 재미와 세속적인 것을 좇는 생활을 하면서 허무함을 떨치지 못했다. 30대에는 IMF 외환위기로 방송국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방송을 중단해야 했다. 설상가상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동생의 사업도 어려워졌다. 힘들어하던 그에게 당시 담임목사였던 이재철 전 100주년기념교회 목사가 신학을 권했다.
“연예계 생활은 재밌었지만, 제 안에 엄청난 ‘영적 구멍’을 만들었어요. 힘들고 우울할 때 이 목사님의 말씀이 소명으로 다가왔습니다. 영적 구멍을 메워주실 분은 하나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는 다니던 성균관대 대학원의 등록금을 환불받아 2009년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이후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휴학하고 사업을 했다가 실패하고 공부가 어려워 신학 수업을 보충해주는 학원에도 다녔다. 이런 어려움을 그는 ‘하나님의 흔드심’이라 표현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결심이 더 뜨거워졌다.
7일 출간하는 ‘절대시간’은 이 과정에 대한 소회와 힘이 돼준 책에 관한 독서 신앙 에세이다. 절대시간은 하나님과의 독대 시간을 뜻한다. 그에게 독서가 우울증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준 ‘링거’였다면, 신앙은 세속에 물들어 더러워진 피를 깨끗하게 해주는 ‘수혈’이었다. 그는 “신학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아닌 성도들이나 교회에 대해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썼다”고 소개했다.
최 목사는 오는 17일 인천 동춘교회(윤석호 목사)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시작한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에서 전도사로 문화 사역에 힘써온 그는 ‘말씀 사역’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특히 신천지 사태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재철 목사님은 영성을 ‘거룩한 상식’이라고 표현했어요. 신천지의 왜곡된 교리에 세뇌되는 청년들을 보면서 영성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단순히 성경을 통독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받아들이게 하는 것, 과거의 저처럼 영적 구멍을 가진 이들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으로 채울 수 있게 돕는 게 목사로서 제 목표입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