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진 속 쿠키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마치 고대의 화석처럼 쿠키 표면에 민들레 꽃잎과 잎사귀가 박혀 있다. 저자는 저 요리를 “민들레 쿠키”라고 명명하면서 “봄 즈음에 최고의 발견”이라고 치켜세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민들레 보리 쿠키와, 버터를 넣은 민들레 통밀 쿠키 요리법도 가르쳐준다. 그는 “(버터가 들어가면) 민들레의 쌉쌀하고 달콤하며 조금은 짭짤한 맛이 한층 돋보인다”고 적은 뒤, 말린 민들레 대신 신선한 민들레라면 40g 이상 넣으라는 조언을 곁들인다.
‘월인정원, 밀밭의 식탁’에는 민들레 쿠키 외에도 자연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지는 갖가지 요리가 등장한다. ‘봄나물 베이글’ ‘유채꽃 파스타’ ‘햇감자 천연 효모 와플’ ‘들깨 치아바타’ ‘햇통밤빵’…. 이들 음식에 곁들여지는 것은 음식만큼이나 맛깔스러운 에세이다.
저자 이언화(52)씨는 우리밀을 사용해 빵을 굽는 베이커들 사이에서 ‘월인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2006년 5월부터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에서 빵을 구우며 살고 있다. 책의 도입부에선 그의 인생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해서는 웹디자이너로 일했는데 몸이 자주 아팠다. 피로에 시달렸고 팔이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 결심한 게 시골에서의 삶이다. 이씨에게 자연은 ‘힐링’ 그 자체였다. “밀밭에서 바로 수확한 밀로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빵을 구워 그 밀의 주인과 이웃에게 돌려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이씨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빵을 굽고 나눴다. 제빵 수업도 진행했다. 그동안 이씨를 통해 “우리밀 빵” 요리법을 배운 사람은 수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책에는 군침이 도는 빵과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은 사진도 한가득 실려 있다.
이씨는 이렇게 말한다. “밀의 일생으로 보자면 어쩌면 저도 지금 맛있는 빵으로 구워지는 중인지 모릅니다”라고.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