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러 왔나” 유가족들에게 원성 들은 이낙연

입력 2020-05-06 04:03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5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만났다. 그러나 격앙된 유가족들로부터 원성을 들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을 방문했다. 유가족 30여명은 이 전 총리와 면담하려고 대기실에 모여 있었다.

이 전 총리가 조문을 마치고 대기실로 오자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의 대책을 갖고 왔느냐”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 이어지는데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 전 총리는 “제가 지금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며 “여러분의 말씀을 잘 전달하고 이른 시일 내에 협의가 마무리되도록 돕겠다”고 답했다.

한 유가족이 “오는 사람마다 매번 같은 소리”라고 하자 이 전 총리는 “책임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자기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른 유가족은 “이번 선거에 당선된 전직 총리께서 오신다고 해 무슨 대안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해 기다렸다. 그런데 똑같은 말씀을 하시면 어찌해야 하나”라고 했다. 일부 유족은 더 듣지 않겠다며 자리를 떴다.

이 전 총리는 “여러분의 안타까운 말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제 위치가 이렇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책임자 처벌을 포함해 기존 법에 따른 조치는 이행될 것이고, 미비한 것은 보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면담이 끝나는 듯하다가 한 유가족이 다시 언성을 높여 “그럴 거면 뭐하러 왔나. 대책을 갖고 와야지. 유가족들 데리고 장난치는 거냐”라고 따졌다. 이 전 총리도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한 조문객으로 왔다”고 받아쳤다. “사람들 모아놓고 뭐하는 거냐”는 항의에는 “제가 모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대응했다. 한 유가족이 “그럼 가시라”고 하자 이 전 총리는 “가겠습니다”라고 답하고 분향소를 나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