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勞政) 관계는 문재인정부 출범 초 밀월로 불릴 정도였지만 지난해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완전히 갈라선 상태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화를 시작하며 갈라진 틈이 봉합되는 분위기다.
현 정부는 노동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촛불 혁명’으로 탄생했기에 집권 초만 해도 노정은 밀착 관계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로하며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해 7월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국정과제 1호로 삼았다.
하지만 고용과 경제 지표가 악화되며 정부가 우클릭 행보를 보이면서 달라졌다. 결국 노동계는 2018년 6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떨어뜨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계기로 정부와 돌아서기 시작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결도 노동계의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급기야 지난해 6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회 앞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되자 실망감은 분노로 바뀌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지난해 말 민주노총이 제1노총으로 올라선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다.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내세워 노동계를 다독였다. 민주노총에는 대화를 제의했고, 한국노총과는 정책 협의를 했다. 노동계 입장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춘투’ 등과 같은 무기가 사라졌다. 결국 민주노총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계기로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5일 확인되면서 노정 간 새로운 밀월 관계가 기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난관은 여전히 많다. 대표적인 게 ‘탄력근로제’ 확대 여부다.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마련한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놓고 민주노총은 반대, 한국노총은 찬성 입장이다. 탄력근로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민주노총이 대화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노노 갈등’ 촉발 우려도 있다. 과거 기억 때문에 여전히 노동계 내부에선 정부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정부가 추진한 정리해고제·파견제 도입 등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정부에 요구한 사회보장제도 확충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일로 ‘정부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거수기 노릇을 했다’ 등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에서 탈퇴했고, 지난해 초 경사노위 가입 거부까지 영향을 미쳤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노동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관계를 떠나 노사정 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지향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 “현재는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원만하게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