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상품과 서비스 물가가 줄줄이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 일부 품목의 물가가 유사 업종이나 비슷한 품목과 판이한 양상을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소비 행태가 물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코시스를 통해 확인한 품목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가전제품 렌털비(대여료)는 8.4% 떨어진 반면 가전제품 수리비는 8.2%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문화’가 확산하면서 가전 수리 수요는 줄지 않았지만, 감염병 우려 때문에 가전제품 대여 수요는 전보다 줄어든 탓이다.
옷과 신발 등 의류 품목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등락 차이가 눈에 띈다. 여자 하의(5.5%), 스웨터(5.0%)는 지난해보다 가격이 오른 반면 구두(-10.2%)는 크게 떨어졌다. 옷과 같이 보통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품목들의 물가는 올랐지만,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착용, 촉감 등을 고려해 구매하는 빈도가 높은 품목의 물가는 내려갔다.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타를 맞은 여행·레저 분야 서비스업에서는 각종 서비스 가격 인하가 줄을 이었다. 승용차 임차료(렌터카)나 해외단체여행 물가는 지난달 각각 16.0%, 10.1% 내려갔다. 민간 호텔 숙박료도 1년 전보다 6.8% 떨어졌다. 호텔 숙박료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2월과 3월 각각 3.4%, 5.2% 감소했는데 낙폭이 갈수록 커졌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도 일부 품목 물가는 코로나19 사태와 아랑곳없이 뛴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게 휴양시설 이용료다. 휴양시설 이용료는 1년 전보다 22.0%나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휴양시설 상당수는 지방자치단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운영하는데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지자체 등에서 휴양시설 이용료를 인상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민간업체와 달리 지자체 등이 정하는 휴양시설 이용료는 한번 정하고 나면 번복하기가 어렵다. 통상 1년 전과 비교하는 물가 집계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한번 인상된 가격이 유지되면 ‘플러스’로 집계된다. 전례 없는 국제유가 하락 와중에도 시내버스요금과 택시요금이 각각 4.9%, 5.0% 오른 것으로 집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놀이시설 이용료와 운동경기 관람료 역시 여행업 침체 속에서도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달 놀이시설 이용료는 1년 전과 보합(0.0%)을 기록했고, 운동경기 관람료는 2.8% 올랐다. 입장료를 낮춘다 해도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이용객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놀이시설 운영사가 이용료 인하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동경기 관람료 역시 대부분 종목에서 개막이 연기되거나 무관중으로 진행된 탓에 가격 인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