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도 파우치도 “코로나, 실험실 유출 아냐”… 트럼프 ‘역풍’

입력 2020-05-06 00:40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미국 백악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 실험실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앤소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 등은 ‘우한 실험실 유출설’을 일제히 부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4일(현지시간) 파이브 아이즈 관계자를 인용해 코로나19가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해 중국이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확히 어떤 경로로 코로나19가 인간에게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고, 우리는 최초 발병지를 화난 수산물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 정보기관들의 첩보동맹이다.

관계자는 또 전날 호주 매체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15쪽 분량의 보고서는 파이브 아이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코로나19 발생 증거들을 은폐하거나 파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파이브 아이즈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보도했다.

WHO도 이날 우한 실험실 유출설이 추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 사무차장은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바이러스 발원지에 대한 어떠한 자료나 구체적 증거를 받지 못했다”며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의 주장은 여전히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라이언 사무차장은 그러면서 “WHO는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어떤 증거라도 있다면 기꺼이 받겠다”며 “만약 데이터와 증거가 있다면 공유 여부와 시기는 미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브 아이즈와 WHO의 이 같은 입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전날 ABC뉴스에 출연해 “팬데믹 사태가 우한 실험실에서 시작됐다는 강력한 근거가 있다”고 한 주장과 배치된다.

폼페이오 장관에 이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바이러스를 발생시켜 6주 동안 숨겼다는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은 뭘 알았을까? 언제 알았을까? 공산당이 무언가를 숨기려고 (우한의 화난) 수산물시장에 표백 작업을 했을까? 무언가를 감추려고 그 실험실(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과학자를 사라지게 했을까?”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바이러스가 중국 실험실에서 나왔다는 증거를 봤다”며 우한 실험실 유출설을 제기한 후 백악관 인사들의 ‘중국 때리기’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핵심 멤버인 파우치 소장은 실험실 유출설에 대해 믿기 힘들다는 소신 발언을 내놓았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3일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증거는 코로나19가 자연에서 발생해 종을 건너뛰며 인간에게 왔다는 것을 가리킨다”며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실험실에서 코로나19를 유출했다는 주장은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