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프리카 “對中 채무 탕감해주오”

입력 2020-05-06 04:08
지난 4일 봉쇄령 완화로 다시 붐비는 나이지리아 최대도시 라고스 거리.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와 방역비용으로 위기에 빠진 아프리카 국가들이 해외에서 빌린 채무에 대한 상환 완화를 호소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체 채무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이 이 같은 채무 탕감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앙골라, 나이지리아, 콩고, 적도기니, 남수단 등 아프리카 원유 생산국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세이셸, 모리셔스 등 관광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도 심각한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잠비아,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등은 세계적인 상품 수요 감소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에 440억 달러의 채무 탕감을 포함해 1000억 달러 규모의 부채 상환 경감을 요청했다. 세계은행은 2018년 기준 아프리카 국가들이 해외 대출기관에서 빌린 채무가 총 5843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개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한 25개국에 5억 달러 규모의 채무 상환을 6개월간 정지시켰고, G20도 이달 중순 저소득 국가들에 대한 대출 상환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일대일로 구상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빌려주며 고속도로와 철도, 항구, 댐 등을 건설했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은 49개국 아프리카 정부와 국영기업들에 1430억 달러 이상을 빌려줬다.

케냐 나이로비 주재 중국대사관은 채무 문제에 대해서 “중국은 G20의 채무 구제 합의에 따라 최빈국들이 전염병 퇴치와 경제 사회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원론적인 언급을 했다.

남아공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지브란 퀴레이시는 “중국은 정치적인 이유로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에 부채 탕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했다.

그러나 미 윌리엄앤드메리대의 브래들리 팍스 교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중국 채무 대부분은 중국 수출입은행과 중국 개발은행, 국영 상업은행 등 이른바 정책은행의 대출과 관련이 있다”며 “이들 은행은 이자를 붙여 받는 데 목적이 있어 사례별로 상환조건 완화 등은 고려하겠지만 채무 면제는 결코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