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신규 확진자는 이틀 연속 1만명을 넘어섰고, 누적 확진자는 14만5000명에 달한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담당하던 의사 3명이 병원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져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CNN방송 등은 4일(현지시간) 최근 2주간 코로나19 의료진 3명이 건물에서 추락하는 의문의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죽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놓고 당국과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사고는 지난달 24일 스타시티의 우주비행사 훈련소에서 나탈리아 레베데바 응급의료센터장이 추락사하며 시작됐다. 병원 측은 그녀가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여 치료받던 도중 사고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며 말을 아꼈다.
레베데바 센터장이 사망하고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에는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4100㎞가량 떨어진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의 한 병원에서 원장 대행을 맡은 엘레나 네포므냐스차야가 창문에서 떨어졌다. 네포므냐스차야는 장비와 인력 부족을 문제 삼으며 병원을 코로나19 치료소로 전환하는 보건 당국의 방침에 반대해 왔다. 그녀는 추락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1일 사망했다.
지난 2일에는 보로네시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응급의 알렉산더 슐레포브가 창문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그는 추락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고 있었다. CNN 보도에 따르면 그는 동료 의사인 알렉산더 코스야킨과 함께 지난달 22일 코로나19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고발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영상에서 그들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병원에서 계속 근무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코스야킨은 전에도 병원이 보호용구를 제대로 보급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 영상을 올렸다가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감염 상황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의사들의 의문스러운 사고가 이어지자 여론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한 의사들을 경찰이 탄압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건들이 발생했다”며 “러시아 반체제 인사들은 의문의 추락사고의 배후에 정부가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