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정 ‘신밀월’ 훈풍… 민주노총 “정부와 의제별 대화 지속”

입력 2020-05-06 04:02

극한으로 대립했던 ‘노정(勞政)’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계기로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밀월 관계가 이뤄지는 양상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5일 “정부와 민주노총 간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대화는 필요하기 때문에 의제별로 테이블을 꾸려 대화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해고 사태 등을 극복할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정 총리는 이를 수용해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적극 추진했다.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별도 대화 테이블 마련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민주노총이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 개최를 기대했던 시점은 지난 1일 노동절이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대화 참여 여부를 결론내지 못하면서 일단 불발됐다. 그러나 정 총리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 경제단체 대표들을 만나 직접 대화 분위기를 이끌며 민주노총과 정책 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에 코로나19 사태로 확산한 해고 문제와 총고용 보장에 관한 개선책을 찾고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보건의료 인력 확충 등을 정식 제안할 계획이다. 고용보험제는 실직자 실업급여를 보장하는 제도로 현재 50% 수준인 가입자를 일하는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게 핵심이다. 분위기는 좋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일 “전 국민 고용보험은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라며 민주노총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이번 사회적 대화를 계기로 그동안 파열음을 냈던 노정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SNS에 올린 글에서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라고 했다. 민주노총도 한껏 누그러진 모습이다. 지난달 22일 정부가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일자리·고용 대책과 관련해 “늦었지만 다행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의 고용·노동 대책 발표에 대해 긍정 평가한다는 논평을 낸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