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기다렸다… 코로나 스트레스 날린 ‘홈런쇼’

입력 2020-05-06 04:00
LG 트윈스 치어리더들이 5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가진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전 홈경기에서 텅 빈 관중석 앞 단상에 올라 응원을 펼치고 있다. 프로야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 취재진 외엔 무관중으로 개막했다. LG 마스코트는 마스크를 착용해 감염병 억제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다만 KBO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점차적으로 관중석을 개방할 예정이다. 권현구 기자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한 범사회적인 노력에 힘입어 6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야구는 한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 인기 종목이다. KBO리그에서 쏘아올린 개막 축포는 코로나19 극복의 신호탄으로서 아직도 경기장을 개방하지 못한 각국에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그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세계의 시선이 KBO리그 개막전으로 쏠렸다.

KBO리그는 5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 인천 SK행복드림구장,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경기를 앞두고 강우가 쏟아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33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1시간13분 지연되긴 했지만 정상적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달 12일 시작된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프로야구를 시작한 국가가 됐다.

관중석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개방되지 않았다. 10개 구단은 팬들의 응원 영상을 전광판에 상영하거나 텅 빈 관중석 앞에서 치어리더·마스코트 공연을 펼쳐 적막을 깼다. 5경기 합계 30점 이상 뽑아낸 타격전은 관중석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경기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일부 경기장 주변에선 팬들이 몰려들어 담장 너머 들려오는 공의 타격음과 치어리더의 응원가로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식 개막전은 SK와 한화의 인천 경기였다. 홈팀 SK는 세뱃돈을 모아 마스크·장갑 등 방역 물품을 기부한 초등학생 노준표군을 시구자로 초청하고 관중석에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고 적은 현수막을 펼쳐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높였다. LG는 잠실구장 전광판에 틈틈이 팬들의 응원 영상을 노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경기장으로 쏟아진 비나 주변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미 38일을 연기하고 시작한 경기를 가로막지 못했다. KIA와 키움이 대결한 광주에서 야구장 인근 화재로 한때 중단됐던 경기는 20분 만에 재개됐다.

이 모든 순간은 주요 외신을 타고 세계로 타전됐다. AP·AFP·로이터통신, 일본 공영방송 NHK, 중동권 최대 방송사인 알자지라, 중국중앙방송(CCTV)을 포함해 각국을 대표하는 언론 15개 이상이 KBO리그를 취재했다. KBO리그의 미국 내 중계권을 획득한 ESPN은 삼성과 NC의 대구 경기를 가장 먼저 송출했다. 대구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가파르게 나타났던 곳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단계적인 관중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이날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찾은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KBO가 협의해 단계별로 관중 유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운찬 KBO 총재도 “경기장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도록 만전을 기하고, 선수들의 건강 상태도 수시로 점검하겠다”며 “국민의 방역 의지가 이완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김철오 기자, 광주=이동환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