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기생충 효과-사재기 열풍… 라면 ‘수출 대박’

입력 2020-05-06 00:35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4월 수출이 급감했으나 라면 수출은 굳건한 호조세를 보였다. 업계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현지 유통망을 확대하고 한류 식문화가 유행하는 와중에 코로나19로 가공식품 수요가 증가한 데다 영화 ‘기생충’ 열풍까지 겹쳐 수출 호조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0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3% 감소했다. 산업부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수입수요 급감과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이 더해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반면 라면 수출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1월 수출이 전년 대비 9.5% 증가한 이후 2, 3, 4월 각각 42.8%, 31.5%, 52.3% 증가하고, 수출액도 매달 앞자리를 바꿔가며 성장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라면 수출 비중의 25.7%를 차지하는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49.8% 늘었고, 3월(164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월별 실적(1594만 달러)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104.7%)과 미국(88.7%)에서도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해외에서는 식량난 우려까지 제기되자 대표적 비상식량으로 통하는 라면이 인기를 끈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라면 수출 호조 이유를 국가별로 다르게 꼽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 초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고 그 여파로 ‘짜파구리’가 유행했는데 이게 일종의 트리거 역할을 한 듯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사재기 영향은 면식 문화가 발달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있었고 미국은 ‘기생충’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라면 매출액 중 수출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양식품은 지난 1분기 수출이 중국에서 50%, 미국에서 100% 증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외식 소비가 줄어들면서 해외에서도 라면 수요가 증가했다”며 “최근 거래처 규모를 확대한 것도 있고, 물류 차질을 우려한 해외 거래처가 주문량을 늘린 영향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라면의 인기는 쉬이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2016년부터 해외 유튜버를 중심으로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이어지는 등 한류 식문화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고, 그간 업계가 넓혀놓은 유통망이 시너지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현지 프로모션이 올스톱됐는데 코로나19만 잠잠해진다면 다시 활발한 마케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