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가보셨나요? 해 지면 더 빛나는 비경

입력 2020-05-06 20:2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체계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되고, 초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며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야경 명소가 관심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선정한 ‘전국의 야간 관광명소 100곳’ 가운데 덜 알려져 다소 낯설지만 유명 관광지 못지않은 명소와 프로그램을 추려봤다.

‘피란민 달동네’ 대전 대동하늘공원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선정한 ‘전국의 야간 관광명소 100곳’에는 덜 알려져 있지만 유명 관광지 못지않은 명소가 많다. 사진은 대전 대동하늘공원. 한국관광공사 제공

대전역에서 멀지 않은 대동은 6·25전쟁 때 피란민이 모여 살던 달동네다. 비탈진 마을의 좁은 골목을 따라 오래된 집이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어 어렵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동네 담벼락에 그려진 예쁜 벽화 덕분에 어둡고 무거운 느낌 대신 밝고 화사한 분위기다.

대동에서 가장 높은 언덕마루에 대동하늘공원이 조성돼 있다. 대전 시민도 알음알음 찾아올 정도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몰과 야경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발걸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원은 하늘 아래 펼쳐진 작은 쉼터다. 벤치와 정자, 나무 그네가 있어 조용히 쉬었다 가기 좋다. 언덕 가장자리에 있는 풍차는 대동하늘공원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원래 목재로 지었지만, 외관에 타일을 붙이고 야간 조명을 강화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밤하늘 아래 찬란히 불을 밝힌 풍차는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토존이다.

풍차 앞에 서면 도심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동하늘공원이 자리한 언덕은 해발고도 약 127m이지만 작은 건물이 오밀조밀한 도시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보문산과 계룡산 등 겹겹이 이어진 산자락이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싸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다.

붉은 태양이 쌍둥이처럼 생긴 한국철도공사 빌딩 사이로 사라져갈 때면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노을이 지나간 자리에 어둠이 깔리면 도시는 하나둘 불을 밝힌다. 이곳 야경은 화려함보다 소박하고 은은한 멋이 배어난다.

‘신라의 달밤’ 경주 동궁과 월지

경북 경주 동궁과 월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역사문화도시 경북 경주에 어둠이 내리면 낮과는 또 다른 매력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눈부신 화려함은 아니지만 달빛과 어우러진 은은하고 아늑한 빛이 도시 전체를 감싼다. 경주 야경의 백미는 동궁과 월지에서 만난다. 신라 왕궁의 별궁터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도 쓰인 곳이다. 안압지 또는 임해전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인 ‘월지’라고 이름을 붙였다. 동서 길이 200m, 남북 길이 180m, 총 둘레 1000m의 크지 않은 연못이다. 연못 가장자리에 굴곡을 주어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좁은 연못을 넓은 바다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한 옛 신라인들의 뛰어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동궁과 월지는 어둠이 짙어질수록 누각과 연못, 숲이 불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자태를 드러낸다. 은은한 조명을 받은 누각이 데칼코마니처럼 연못 속에 그대로 비치는 야경은 화려한 듯하면서도 장중하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을 거슬러 역사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사진작가에 인기…송도 센트럴파크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한국관광공사 제공

송도국제도시는 인천 연수구 해안에 모래를 쌓고 다져서 만들었다. 여의도 넓이의 17배쯤 되는 간척지에 빌딩 숲이 들어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도시의 허파이자 여행의 랜드마크는 센트럴파크다. 바닷물을 끌어와 조성한 수상공원이다. 수로는 길이 1.8㎞, 최대 폭 110m에 이른다.

요즘 일몰 풍경으로 사진작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 질 무렵 센트럴파크에 불이 하나둘 켜지면 도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책 코스를 한 바퀴 도는 길이 탐스럽다. 사슴농장 같은 소소한 볼거리도 있다. 곳곳에 들어선 조각상은 공원 산책의 품격을 높인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지구촌의 얼굴, 관악기, 오줌싸개, 고래 등을 테마로 한 공공 미술 작품과 마주친다.

은은한 조명 충주 ‘중앙탑 공원’

충북 충주 탄금대 무지개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탑평리 탄금호 곁에 중앙탑 사적공원이 있다. 바로 옆 ‘탄금호 무지개길’이 최근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정경기장으로 활용되는 남한강의 물길 위에 놓인 1.4㎞ 규모의 부유식 다리로, ‘탄금호 중계도로’로 불리던 길이다. 물 위를 걷는 운치를 느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밤이면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져 낭만적인 야경을 펼쳐놓는다. 낮에는 공원 내 25점의 다양한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는 데다 공원 옆에 잔잔하게 흐르는 탄금호를 바라보며 산책할 수 있어 몸과 마음이 힐링 되는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 드라마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