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귀에 고함… “벌금 30만원”

입력 2020-05-06 04:07

상대방 귀 가까이에 입을 대고 고함을 친 50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직접적으로 폭행을 가하지 않았더라도 간접적으로 상대방 신체에 고통을 주는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폭행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교회에서 상대방의 얼굴과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말 걸지 말라”고 소리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오른손을 모은 상태로 상대방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의 쟁점은 상대방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른 행위가 폭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폭행은 신체에 대한 일체의 불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 적용되는데, 상대방 귀에 고함친 행위를 유형력 행사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유형력은 신체적 고통을 주는 물리력을 의미한다.

A씨는 “피해자를 다소 불쾌하게 한 행위일 수는 있지만 형법상 폭행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체의 청각기관을 직접 자극하는 음향의 경우도 유형력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상체를 피해자 쪽으로 숙여 소리치다가 오른손을 모아 귀에 밀착하고 고함을 질러 피해자가 놀라 뒷걸음질치게 했고, 피해자는 고개를 돌리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며 “직접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폭행의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보기 힘들다”고도 했다.

법원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은 유형력이 물리적으로 힘을 가하는 직접 폭행뿐 아니라 간접 폭행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다가가 고성으로 폭언이나 욕설을 한 경우는 물론이고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 등도 직접 피해자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층간소음 보복 차원에서 도구를 이용해 천장을 두드리거나 담배연기를 상대방 얼굴에 내뿜는 행위만으로도 폭행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