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놀고먹는 국회’ ‘동물 국회’ ‘개점휴업 국회’라는 수식어와 함께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29일 막을 내리는 20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법’ 등 남은 과제들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계류돼 있던 법안들은 전부 자동 폐기된다.
여야 모두 처리를 약속했던 ‘일하는 국회법’은 상임위원회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해 처리 난망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정기국회가 아닌 때에도 매월 임시국회를 여는 상시국회 체제를 확립하고, 회의에 결석한 의원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실질적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을 묶어두는 방법으로 악용돼온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제도를 개선하고, ‘쪽지 예산’ 관행을 근절하며, 상시적 법안 심사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회법을 논의해야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전체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당시 회의는 법 문장에서 일본식 표현인 ‘당해’를 ‘해당’으로 바꾸는 등 비쟁점 법안만 처리했다. 의원들이 청와대 인사의 운영위 출석 문제나 대정부 공격에만 신경쓰느라 국회법 개정 논의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공직 후보자 사생활 털기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인사청문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20대 국회 내내 나왔지만 관련 법안 역시 처리가 불투명하다. 문재인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인사만 24명에 달하는 만큼 제도 개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으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문 의장이 대표발의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는 게 골자다. 공직윤리청문회는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해 인신공격이나 사생활 침해를 막자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3일 이내에 심사경과 보고서 채택을 위한 표결 절차를 의무화해 국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공직 후보자를 비공개로 사전 검증하는 ‘예비심사소위원회’를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직 후보자 선서에 “허위진술의 벌을 받기로 맹세한다”는 문구도 추가했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를 거치며 누더기가 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위성 비례정당이라는 전무후무한 정당을 출현케 했다.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에 대해서는 수정안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신속처리 제도는 쟁점 안건이 상임위에 장기간 계류되는 상황을 막는 것이 목적인데, 수정안을 허용하면 편법적인 안건 처리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오 의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선거법은 당초 여야 합의와 다른 방향으로 개정됐고,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형적인 선거 제도를 바로잡는 데 대해선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연대회의는 “거대 정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위성정당 문제 해결에 나서서 선거법 재개정 논의에 신속히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대 국회가 남은 기간에 뭘 합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21대 국회에서도 여당이 법안 처리를 좌지우지할 텐데 위성정당 출현을 원천적으로 막는 선거법 재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