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사장의 가족·친구가 직원의 절반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사장 친인척들의 갑질, 이간질, 욕설 등이 난무한다. 야유회에서 족구를 하다가 ‘기분이 더럽다’며 공을 뻥뻥 차버리는가 하면, 운동시합을 해 꼴찌에게 벌금을 강요하기 일쑤다. A씨는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사장은 회의시간에도 ‘꼬우면 나가라’고 한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가족들이 왕따를 시켜 내보내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A씨처럼 ‘가족회사 갑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게 5월은 서글픈 가정의 달이다.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 갑질을 하는 아들, 시아버지 회사에 입사해 전횡을 일삼는 며느리, 남편 병원을 들락거리며 지적질을 하는 아내 등. 내 가족은 소중하고 남의 가족은 업신여기는 가족 회사들이 넘친다. 직장갑질119는 어린이날인 5일 가족회사에 입사해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들 사례를 공개했다.
또 다른 가족회사 근무자 B씨는 “대표이사가 (팀장의) 큰아버지인데 갑질하는 팀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어떻게 신고하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팀장이 윽박지르는 것도 모자라 직원들의 행동을 부풀리거나 거짓으로 보고하기도 한다. 다 같이 식사를 해도 설거지는 가족이 아닌 다른 직원들만 한다.
갑질을 넘어서 연차휴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고 임금을 떼먹는 회사도 적지 않다. 출근도 하지 않는 가족을 직원으로 등록해놓고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정부지원금을 받아가는 회사도 있다. A씨는 “우리 회사는 1년이 되기 전엔 연차를 주지 않고 수당도 없이 1~2시간 연장근무를 하는데, 출근도 않으면서 직원으로 등록된 가족들은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2조에 따르면 사용자에는 사업주 외에도 사업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도 포함된다. 가족회사에서 근무하는 사업주 친인척도 인사, 급여, 근로조건 결정 등 책임과 권한을 가졌다면 엄연히 사용자에 해당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