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에 망 관리의무 떠넘기지 말라”… IT업계, 넷플릭스 불똥튈까 긴장

입력 2020-05-06 04:07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넷플릭스, 구글 등 콘텐츠 사업자(CP)에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려는 국회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망 관리 의무가 통신사 측에 있는 데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제재가 국내 CP를 옭아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6일 법안소위를 열고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개정안들은 주요 CP에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IT업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CP에도 부당한 의무가 지워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성명서를 통해 “인터넷망을 설치하고 관리하며 관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통신사로, 망 품질을 유지할 의무는 통신사 본연의 업무”라고 강조했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어려운 만큼 국회 입법이 오히려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 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CP가 경쟁력 있는 콘텐츠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국회와 통신업계가 여건 마련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IT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콘텐츠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통신사는 망 품질 유지 및 투자, 투명한 망 비용 책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형 CP는 통신사와의 개별계약을 통해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을 통해 CP에 대한 새로운 의무가 일률적으로 부과될 경우 헌법상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법안에서는 의무 부과 기준으로 ‘이용자 수’ 혹은 ‘트래픽양’을 정하고 있어 이대로 통과될 경우 국내 CP도 법 적용 대상이 된다.

한편 20대 마지막 국회를 앞두고 과방위 여야 의원들은 입법을 통해 글로벌 CP를 제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넷플릭스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기간 중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이후 규제 강화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CP는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반면 글로벌 CP는 이를 회피하고 있어 형평성을 고려해 관련 법안 개정에 나선다는 취지다.

다만 일부 글로벌 CP 대상 법안이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에 대한 강제 조항이 추후 소송을 유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국제법 관점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