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를 현행 최고 수준인 ‘심각’에서 하향조정하는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방역체계를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완화한 형태인 ‘생활방역(생활 속 거리두기)’으로 전환함에 따라 조정 가능성이 커졌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감염병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나눠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정부는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고, 국내 확진자가 4명으로 늘어난 1월 27일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커졌다며 ‘경계’로 재조정했다.
이후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고 2월 23일 누적 확진자가 500명이 넘자 정부는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이에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설치됐고 그동안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이뤄진 방역체계가 범정부 차원 대응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위기경보를 낮추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10명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 또한 대부분 해외 입국자로서 방역망 내에서 걸러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5일 0시 기준으로 발생한 신규 확진자 3명도 전원 해외 유입이다.
6일부터 방역체계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되고 다음 주 등교개학이 시작되는 것도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동안 내려졌던 집단행사 및 외부활동 자제 권고 등이 해제되기 때문이다.
위기경보가 낮아져도 마스크 5부제와 같은 정부 조치는 그대로 시행된다. 다만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 조직인 중대본이 해체될 수 있다. 중대본이 해체되면 방역 정책을 맡는 중앙사고수습본부(보건복지부)와 방역업무 및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이끄는 형태로 전환된다. 여기에 타 부처 및 유관기관이 협조하는 방식이다.
다만 전문가들 상당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전염병 위험도를 최고 단계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위기경보 하향조정은 섣부르다고 본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청학적 조사와 과학적 모델링을 근거로 방역모델을 예측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위기경보를 내릴)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아직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신규 확진자가 코로나19 잠복기(14일)의 2배인 28일 동안 나오지 않는 것을 하향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역 당국도 신중한 입장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WHO가 각국의 위기상황을 매주 평가하는데 여기서 우리나라는 4단계 중 3단계인 클러스터(집단 발생이 있는 나라)로 구분하고 있다”며 “전문가 의견과 현재 (안정적) 상황이 얼마만큼 지속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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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최예슬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