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부문건 “세계 반중정서 심각… 美·中 무력충돌 대비해야”

입력 2020-05-06 04:02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이 천안문 사태 이후 최악의 반중(反中) 정서를 불렀다는 중국 내부 분석이 나왔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는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이 작성한 반중 정서 관련 보고서를 지난달 초 시진핑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에 전달했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에서 반중 정서가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유혈진압했다. 중국 정부는 당시 사망자가 총 241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최소 1000여명, 최대 4000명가량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안문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반중 정서가 확산되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 제재에 나서면서 1990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3.9%로 추락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보고서는 반중 정서 확산의 배경에 미국이 있다고 지목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부상을 국가안보의 위협이자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보는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신뢰를 떨어뜨리려고 애쓰고 있다”며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정서 확산을 경계해야 하며, 양국의 무력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 “코로나19로 촉발된 반중 정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염려했다. “미국은 지역 동맹국에 대한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강화해 아시아의 안보 상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로이터는 “보고서에 적힌 내용이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중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지 등은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이 보고서는 중국이 해외 투자와 안보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반중 정서의 확산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