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살균제 나눔… “노숙인 예배자로 세우고 싶다”

입력 2020-05-06 00:02 수정 2020-05-06 17:35
양종현 밴쿠버주님의뜻안디옥교회 목사와 성도들이 지난달 12일 예배를 드린 뒤 노숙인들과 음식을 나누고 있다. 밴쿠버주님의뜻안디옥교회 제공

캐나다 밴쿠버 도심 헤이스팅스 거리와 오펜하이머 공원에는 전국에서 모인 3600여명의 노숙인이 텐트촌을 이루며 살고 있다. 마약 중독으로 괴성을 지르거나 말을 걸 수 없는 상태의 노숙인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캐나다도 방역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위험을 무릅쓰고 매일 이곳에서 노숙인에게 빵과 마스크 등을 전하며 복음을 전하는 이가 있다. 양종현(60) 밴쿠버주님의뜻안디옥교회 목사다.

양 목사는 지난달 23일부터 공원 벤치 등에 살균제를 뿌리고 노인들에게 매일 100개씩 마스크와 살균제를 나누어준다. 이 같은 노력으로 마스크를 쓴 노숙인이 한 명도 없던 이곳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주일에는 샌드위치 우유 샐러드 등 음식을 나눈다.

양 목사는 4일 국민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주문한 950개 마스크가 도착하면 하루 150개씩 나눌 예정”이라며 “노숙인들을 예수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데 선한 영향이 되길 기도하고 있다. 이들을 예배자로 세우고자 하는 소명은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양 목사는 2009년 밴쿠버 리폼드신학교 상담학 교수로 초빙된 것을 계기로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 2015년 교회를 개척한 후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다 2017년 40일 금식을 통해 캐나다에서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을 찾아 헌신하기로 다짐했다. 헤이스팅스 거리에서 긍휼 사역을 하는 정데보라 목사를 우연히 만나 사역을 도우면서 주님께서 주신 소명을 깨달았다.

양 목사는 지난해 2월 영어로 된 사영리를 외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마약에 중독된 이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양 목사가 아침에 그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약 주사를 맞고 환각 상태에 빠진 이들이 많았다. 마약 중독으로 죽는 사람도 일주일에 한두 명은 나왔다. 사역 초창기 땐 욕설을 듣고 살해 위협을 받을 정도로 위험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를 기다리며 먹을 것을 달라고 요청하거나 환하게 웃어주는 이들이 많다.

양 목사를 통해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은 30여명이다. 양 목사는 “하나님을 진심으로 영접한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 거리에서 볼 수 없다”며 “주님이 그들의 영혼을 만지셨을 때 변화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강퍅했던 이들이 은혜를 받고 변화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노숙인들이 구원받고 주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기를, 기쁨이 있는 삶을 하루라도 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