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아동문학계를 들썩이게 만든 최대 사건은 그림책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었다.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아동문학상 중 최고상금(한화 6억원)을 자랑한다.
백희나의 수상 소식 못지않게 관심을 모은 건 바로 아동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이었다.
스웨덴 출신으로 ‘삐삐 롱스타킹’ 시리즈로 유명한 린드그렌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동화 작가다. 한국 독자에겐 다소 낯선 존재인데, 때마침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기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창비)이 출간됐다. 덴마크의 전기 작가 옌스 안데르센이 발표한 작품으로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환경과 청년 문제 활동가로 누구보다 뜨거운 삶을 살았던 린드그렌의 일생이 자세하게 담겼다. 미혼모였던 린드그렌이 경험한 사회적 폭력, 그에게 힘이 돼준 여성 동료들의 격려와 위로도 느낄 수 있다. 린드그렌이 남긴 말들도 인상적인데 이런 발언이 대표적이다. “어린이도 예술을 통해 충격을 경험해야 한다.”
‘우리가 이토록…’ 외에도 최근 서점가에는 가정의 달 5월에 어울리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는 분위기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신간부터 자녀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까지 다채롭다.
한국 여성 작가 6명(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의 단편을 묶은 ‘나의 할머니에게’(다산책방)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할머니’라는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다. 작가들은 할머니의 삶을 각각 개성 넘치는 이야기로 그려낸다.
출판사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할머니’의 존재성을 전면에 내세운 첫 소설집”이라고 소개했다. 문학평론가 황예인은 발문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과거와의 연결이면서 우리의 미래를 알아차리는 과정이 되기도 할 것”이라고 적었다.
국내 동화 최초로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 출간 20주년을 맞아 출간된 기념판과 특별판도 주목할 만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간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세계 29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영국에서는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었다. 20주년 기념판에는 화가 김환영의 그림이, 특별판엔 화가 윤예지의 그림이 각각 들어가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인 황선미는 기념판에 새로 쓴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잎싹이 스무 살 청년이 된 셈이지요. 이 작품이 지금 29개 나라에 번역되었으니 잎싹이 그곳까지 날아간 거나 마찬가지고요. …가끔은 신기해요. 작가도 못 가 본 나라에 주인공이 날아가는 일. 이게 책이 할 수 있는 일인가 봅니다.”
‘레고 북’(디자인하우스)은 레고 마니아라면 눈독을 들일만한 신간이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장난감 레고 블록 출시 60주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레고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가 실려 있다. 덴마크 레고 본사에서 직접 기획했다고 한다. 레고 블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레고 시리즈들에 각각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는 무엇이지 확인할 수 있다.
레고 CEO인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는 서문에 이런 글을 적어두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레고 제품이 세상에 나올 것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만드시겠습니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