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 다시 치솟자… 아베 “긴급사태 월말까지 연장”

입력 2020-05-05 04:01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을 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전역에 선포한 긴급사태를 이달 말까지 연장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사태를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감염 확산세와 의료 여건 등을 고려해 6일 종료 예정이던 비상조치를 25일간 더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일본보다 먼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한국이 전날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일상을 회복해가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신규 감염자 수가 충분히 감소했다고 볼 수 없고 의료 체계에 압박을 받는 지역도 있다”며 긴급사태 연장 방침을 결정했다. 그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장기전을 각오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일상을 하루빨리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긴급 사태를 당초 계획대로 끝내지 못한 데 대해 “애끓는 심정”이라며 사과했다. 기자회견은 1시간10분 동안 진행됐다.

긴급사태가 연장됨에 따라 도쿄, 오사카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13개 ‘특정경계지역’에 내려졌던 외출 자제, 재택근무, 비필수 사업장 영업중단 조치는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그 외 34개 광역자치단체에 대해선 감염 확산 방지 대책을 전제로 제한조치가 단계적으로 완화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7일 7개 지역을 대상으로 긴급사태를 선포했고, 16일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한 달은 긴급사태 수습을 위한 기간”이라며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기한까지 기다리지 않고 긴급사태를 해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을 총괄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도 이날 국회에 출석해 “1~2주 후에 열리는 전문가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선행적으로 긴급사태 선언이 해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만59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중순 700명대까지 치솟았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00명대로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 200~300명대로 소폭 늘었다. 특히 도쿄와 오사카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늘고 있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감염자 수를 줄이는 데 실패하고 긴급사태 연장에 이르게 된 결정적 이유로 진단검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요미우리신문이 도쿄·오사카 지역의 코로나19 사망자 100명을 분석한 결과 감염 판정을 받고 사망하기까지 평균 8.7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50명은 확진 후 7일 이내에 숨졌고 이 중 9명은 감염 판정을 받은 당일 숨졌다. 신문은 “신속한 검사와 중증환자에 대한 치료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지지통신은 오사카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는 데 최대 10일이 걸린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긴급조치 연장 결정에 대해 일부 지역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경제를 완전히 멈추면 도산과 실업 문제가 발생한다”며 “나라가 출구전략을 만들지 않으면 오사카 모델을 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니시무라 경제재생상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벌칙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