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숨진 수사관 핵심자료 안줘” 검찰 “필요한 자료 충분히 넘겨줬다”

입력 2020-05-05 04:07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수사관 A씨의 휴대전화를 둘러싸고 경찰이 검찰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4개월 만에 휴대전화를 잠금해제한 검찰이 확보한 내용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제공하자 A씨 사망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은 검찰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검찰은 충분한 자료를 제공했다고 맞섰다. A씨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데 대해서는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제3자가 휴대전화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A씨의 유족도 휴대전화를 돌려 달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A씨 휴대전화 내용과 관련해 “일부 자료는 받았지만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해 여러 수사상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청장이 언급한 조치는 검찰이 확보한 휴대전화 내용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사망 관련 내용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A씨 휴대전화 잠금해제 작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A씨 휴대전화를 둘러싼 검·경의 갈등은 지난해 A씨 사망 당시 불거졌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는 2018년 12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이를 두고 경찰의 김 전 시장 수사가 청와대 하명에 의해 진행됐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주장과 검찰의 강압 수사가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검·경 갈등이 시작됐었다.

A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이런 의혹을 해소할 핵심 증거로 떠올랐다. 검찰은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경찰이 확보했던 A씨 휴대전화 등 유품을 압수해 갔다. 경찰 역시 검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며 휴대전화 반환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잠금해제 작업을 거쳐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진행한 뒤 지난달 24일 경찰에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잠금모드’ 상태였고, 검찰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검찰은 휴대전화 일부 자료를 제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제공한 내용은 제한적인 문자와 통화기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변사사건 처리를 위해 필요한 충분한 자료를 넘겨줬다”며 “유족조차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떤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구승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