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20대 기업 진입을 눈앞에 뒀다. 자산 총액 10조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대기업 반열에 오른 이후 거침없는 인수·합병(M&A)에 나선 결과다. 월 이용자 수 5000만명, 하루 평균 110억건의 메시지가 오가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광고·금융·커머스 분야 등에서 사업 영역을 넓혀가며 당분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97개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26개 늘면서 대기업집단 중 SK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이 됐다. 자산 총액 순위도 32위에서 23위로 급등했다.
카카오는 2014년 포털 다음과 합병한 이후 카카오톡과 연동이 가능한 분야의 기업을 사들였다. 2015년 이후 매년 5~15개 기업을 인수하면서 5년간 총 48개사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최근 모빌리티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발히 영역을 확장했고, 지난해 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취득하기도 했다. 인수한 기업 중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부문을 분사해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투자금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카카오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은 매출 8599억원, 영업이익 736억원의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165% 증가한 수치로 언택트(비대면) 환경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호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가 높다.
특히 카카오톡 기반 비즈니스인 ‘톡비즈’가 확실한 수익 창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톡비즈 매출은 카카오톡 내 광고인 ‘톡보드’의 수익이 크게 늘면서 2018년 4210억원에서 지난해 6500억원으로 성장했다. 광고 효과도 커지면서 카카오톡을 활용해 결제까지 간편하게 이어지는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입지도 다져가고 있다.
카카오는 실시간 모바일 홈쇼핑 서비스인 ‘라이브 커머스’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범으로 선보인 ‘톡딜 라이브’는 총 6회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누적 시청자 36만명, 동시 접속자 4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베타 서비스 기간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톡딜 라이브 빈도와 노출 경로를 확대하는 등 서비스 확장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일상생활에서 밀착도를 높여가는 카카오 자회사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3년여 만인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월 ‘카카오페이증권’을 자회사로 출범시키면서 증권 연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택시·대리기사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 역시 코로나19 여파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웹툰 등 콘텐츠 부문 성과가 커지는 점도 유의미한 결과다. 웹툰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고, ‘메모리스트’ ‘계약 우정’ ‘쌍갑포차’ 등도 드라마나 영화로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시장에서 만화 플랫폼 ‘픽코마’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 성장률 130%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이제 흩어져 있는 계열사를 한 공간에 모아 시너지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카카오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지상 15층, 지하 7층 규모의 신축 건물을 임차해 2022년 5월부터 통합 오피스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