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난, 이 땅의 커피 농부다”

입력 2020-05-05 20:03 수정 2020-05-05 20:07
담양커피농장 임영주 대표농부가 농장에서 생산된 골드캐슬 커피 생두를 들어보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쪼까 기둘려요~잉. 커피농부가 안내하겠어라우. 막 출입하면 안 되어라.” 구수한 사투리가 커피나무 뒷편에서 들려온다. 담양커피농장 임영주(62) 대표는 전남 담양에서 500평 커피농장을 일구고 있다. 카페처럼 꾸민 농장에 들어서면 나무 가득 열린 커피열매가 반긴다. 임 대표는 40여년간 중앙일간지와 통신사에서 사진기자를 했다. 2014년 케냐로 출장을 갔다가 커피와 인연을 맺었다. 그때 방문한 농장에서 맛본 커피에 반해버렸다. 현지에서 몰래 가져온 커피 씨앗으로 아파트 베란다와 거실에서 30여그루를 키웠다. 2015년 고향 담양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짓고 시험재배를 시작했다.

연녹색에서 시작해 노란색, 빨간색으로 익어가는 커피열매들이 보석처럼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름도 족보도 없지만 세상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향미를 지닌 담양산 골드캐슬 커피가 ‘족보’ 있는 유명 커피들과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커피열매는 체리를 닮았다. 연녹색에서 시작해 익을수록 노랑, 빨강을 거쳐 진홍빛으로 탐스럽게 변해간다. 커피나무는 보통 3~5년 지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담양커피농장은 아라비카 등 12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담양커피농장 임영주 대표농부가 농장에서 생산된 골드캐슬 커피를 들어보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임 대표는 커피는 사람이 쾌적하다고 생각하는 온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전남 담양의 커피농장에서 임대표가 커피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가지마다 무성한 커피잎이 녹색 숲을 이루고 있다.

임 대표는 농장의 커피에 담양 금성산성(金城山城)의 지명을 따 ‘골드캐슬’이란 이름을 붙였다. “골드캐슬 커피는 솔직히 이름도 족보도 없다. 취향은 다 달라서 골드캐슬 맛이 최고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시중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신선함과 독특한 향미가 있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커피가 싱싱한 ‘생태’라면 나머지 커피는 조금 과한 표현이지만 ‘동태’라고 말할 수는 있다”고 했다.

사진·글(담양)=최종학 선임기자 choi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