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 스타 김유빈 “제 공연이 위로 되길”

입력 2020-05-05 04:04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종신 수석 플루티스트 김유빈은 5월 한국의 두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예정돼 있다. 무관중 생중계로 펼쳐지는 두 공연에 대해 그는 4일 “온라인이지만 코로나19로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성호 기자

“음악이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온라인 공연으로밖에 관객을 만나지 못하지만요.”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종신 수석 플루티스트 김유빈(23)이 자가격리 의무를 마치고 무대에 선다. 김유빈은 6일 군포 프라임필과의 ‘희망의 봄 콘서트’, 18일 광주시향 정기연주회 ‘광주여, 영원히’의 협연자로 나선다. 두 공연 모두 무관중으로 진행되며 네이버TV와 유튜브로 중계된다.

4일 국민일보를 찾은 김유빈은 2016년 19살의 나이에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을 맡으며 클래식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종신 수석까지 올랐다. 한국에서도 러브콜이 워낙 많아 매년 몇 차례 고국을 오가는 그지만 이번엔 지난 3월 22일 입국 이후 계속 머무르고 있다.

그는 “3월 중순 베를린 주정부로부터 4월 21일까지 연주를 금지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리고 공연장 폐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음악이 중단된 것도 슬펐지만 인종차별 문제에 엄격한 독일에서 동양인 대상으로 인종차별 분위기가 생긴 것도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던 그는 오케스트라 측과 협의해 일찌감치 들어왔다. 마침 그가 귀국했을 때는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 의무가 부과되던 시점이었다. 그는 충남 아산의 자가격리소에서 이틀간 입소해 음성판정을 받은 뒤 대전 본가에서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가졌다. 집 안이지만 부모님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식사도 별도로 했다. 김유빈은 “14일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할 때마다 방에서 연습에 집중했다”고 떠올렸다.

전 세계 공연장이 문을 닫으면서 공연계에선 온라인 공연이 붐을 이루고 있다. 독일 등 구미에선 과거 제작했던 영상 콘텐츠를 내보내지만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된 한국에선 무관중이라도 공연을 올린 뒤 실시간 중계하기도 한다.

그는 “공연의 매력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호흡하는 라이브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에서 온라인으로라도 관객을 만나서 다행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6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예정된 독주회는 관객과 직접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플루트를 시작한 그는 신동 연주자의 길을 밟아왔다. 16살 때 프랑스로 유학해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석사까지 마친 그는 “둥글고, 웅장하며, 묵직한 독일 사운드”에 매료돼 독일 오케스트라로 향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면서 연주자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상임 지휘자 이반 피셔 및 수십명의 다른 단원들과 음악적으로 함께하면서 귀가 한층 열린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어 “5명인 플루트 파트는 나를 빼곤 50세 이상의 부모님뻘 단원이다. 이들의 격려와 믿음을 발판삼아 인격적으로도 성장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