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이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이른바 ‘대북 소식통’발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국내 언론과 정치권 인사, 심지어 외신들까지 김 위원장 위중설을 부추기는 대북 소식통 인용 보도를 연일 쏟아내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됐기 때문이다. 소식통 증언은 북한 밑바닥 민심을 엿보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김 위원장 같은 최고지도자 동향과 관련한 검증 불가능한 주장까지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소식통(source)은 취재원을 밝히기 어렵거나 정부 당국자가 공식 입장이 아닌 사견을 밝혔을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북한 문제에선 북한에 지인을 둔 탈북민 등도 포함된다.
소식통 보도가 국내 언론에만 있는 관행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유력 매체들도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을 다룰 때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다. 정보 당국이 설익은 대북 첩보를 공개하고 싶을 때 언론에 소식통을 전제로 보도를 요구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2016년 2월 박근혜정부는 “대북 소식통으로 인용하라”며 리영길 당시 북한군 총참모장이 처형됐다는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이 정보는 리 전 총참모장이 3개월 후 공개 석상에 등장하며 거짓으로 판명됐다.
최근 김 위원장 위중설을 부추겼던 소식통 인용 보도의 출처는 상당수가 북한 주민들이다. 남측에 거주하는 탈북민이 북한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고 북한 내부 정보를 받아오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특히 북한 주민과 통화가 가능한 북·중 접경지역은 북한 정보 수집의 핵심 창구로 꼽힌다. 김 위원장이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해 ‘인포데믹’(거짓정보 유행병)의 단초를 만든 데일리NK도 출처를 ‘북한 내부 소식통’이라고 적시한 바 있다.
문제는 북한 내부 소식통 증언의 신뢰성이다. 소식통들이 전하는 북한 최하위 행정조직인 인민반 차원의 공지사항, 말단 보안요원들의 특이 동향, 장마당 물가 등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정보의 가치는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예컨대 2004년 4월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사고는 목격자 전언을 들은 중국 단둥의 대북 소식통을 통해 처음 세계에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이례적으로 이틀 만에 사고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건강상태나 고위 간부 숙청설 등 북한에서도 극소수만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가려서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극도로 폐쇄적인 북한 체제 특성상 교차 검증은 시도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 일부 언론은 수년 전 소식통을 인용해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 리수용 전 당 부위원장, 김 위원장의 고모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등 북한 고위 인사 사망·숙청설을 보도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4일 “(내부 소식통 전언이) 모두 가짜인 것은 아니다. 시장 정보나 조직 정보 등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라면 믿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정보는 루머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소식통이 자기 몸값을 키우기 위해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에서도 최고급 비밀에 해당하는 김 위원장 건강 정보가 소식통을 통해 흘러나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위원장의 건강을 알 만한 사람은 부인 리설주 여사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김씨 일가를 제외하고 이런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고도의 감시와 통제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라고 반드시 고급 정보를 아는 것도 아니다. 전직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생전 면담에서 군사 관련 질문을 받고 “그 대답은 군 총참모부의 부참모장쯤 되는 인물이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역사상 최고위 탈북자라는 황 전 비서조차 권력 핵심 차원에서 돌아가는 현안은 잘 몰랐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위급을 지낸 전직 북한 관리의 발언이 언론에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영국주재 공사를 지낸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도 고위급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거주 탈북민이 3만명을 넘어서고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생겨난 북한 정보 과잉이 인포데믹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발 소식이라고 무조건 인용 보도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올바른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지금은 북한 정보가 너무 많은 게 문제”라며 “증권가 ‘지라시’만도 못한 정보를 사실인양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위중설을 제기했던 태영호 당선인과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인은 이날 사과했다. 태 당선인은 입장문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이틀 동안 많은 질책을 받으면서 제 말 한 마디가 미치는 영향을 절실히 실감했다”고 밝혔다. 지 당선인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공인으로서 신중하게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조성은 손재호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