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 55차례 ‘흔들’… 해남 ‘지진 미스터리’

입력 2020-05-05 04:06
최근 9일 동안 55차례 지진이 발생한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역 간척지가 4일 오전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지진이 한 차례도 관측되지 않은 지역이다. 연합뉴스

지진이 발생한 적 없는 전남 해남 지역에서 최근 9일 동안 수십 차례 지진이 관측됐다. 육지의 한 지역에서 이처럼 연속해 지진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기상청은 전날 오후 10시7분쯤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역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4일 밝혔다. 이후 이날 오후 2시까지 이 지역에서 규모 2.0 미만의 미소지진이 총 16회 발생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달 26일 낮 12시34분쯤 규모 1.8의 지진 이후 이날 오후 2시까지 총 55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2.0 이상 지진은 4회(지난달 28일 2.1도, 30일 2.4도, 지난 2일 2.3도, 3일 3.1도), 미소지진은 51회였다.

기상청은 지진 정밀관측과 분석을 위해 진앙지 주변부에 실시간 이동식 관측소 4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지진은 통상적으로 단층의 움직임으로 해석 가능하다”며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단층이 발견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지역을 정밀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지역은 계기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지진이 한 차례도 관측된 적이 없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 지역에 500~600여년 전 지진이 발생했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다”며 “오래전에 있던 단층이 재활성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상에서는 지난해 4~10월 백령도(102회), 2013년 6~9월 충남 보령 해역(98회) 등 같은 지역에서 연속으로 지진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우 분석관은 “백령도나 보령 해역은 연속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의 존재가 알려져 있었지만 해남 지역의 단층과 관련해서는 연구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과거 백령도나 보령 등의 사례를 보면 연속 지진이 길게는 6개월 이상 발생한 만큼 해남 지역에서도 연속 지진이 수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추가 지진 가능성에 주의하고 여진 발생 시 행동요령에 따라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