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작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 소비심리 위축은 지역 소상공인들의 아픔으로 이어졌다. 이들을 돕기 위해 교회들이 나섰다.
초교파 목회자 기도 모임인 ‘말씀과 순명’이 제안한 공감소비운동의 취지는 교회가 적극적인 소비를 통해 이웃의 아픔을 감싸자는 것이다. 인천 부평구 부광감리교회(김상현 목사)도 부활절 헌금 전액을 공감소비운동에 사용했다.
김상현 목사는 지난달 29일 교회에서 인터뷰를 갖고 “교회가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 공감소비운동에 참여했다”면서 “지금은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아도 우리 앞 가까운 곳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소망을 교회가 선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소비운동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나.
“부활절에 정부의 7대 방역지침을 지키며 예배를 드렸다. 아무래도 많은 교인이 앉을 수 없어 예년보다 적은 헌금이 모였다. 앞서 당회에선 부활절 헌금 전액을 공감소비운동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각종 물품을 구매해 필요한 곳에 지원했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여 감리교웨슬리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선교사를 위한 구호물품도 모두 교회 인근 부평시장에서 구입했다. 당분간 교회 식당도 운영하지 않는다. 교인과 교역자, 직원 모두 교회 근처 식당에서 사 먹기로 했다. 이런 소비운동을 앞으로 더 확산할 방침이다. 해 보니 무척 유익하다. 지역사회가 없다면 교회도 기댈 언덕이 사라진다. 교회는 지역사회와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는 공동체다. 단순히 소비만 하는 건 아니다. 이를 통해 나누고 소통하는 데 보람이 있다.”
-예배는 어떻게 드리고 있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본당이 1600석인데 방역지침을 지켜 앉으면 280명이 앉을 수 있다. 주일에는 4차례 예배를 드린다. 토요예배도 신설했다. 2번 예배드리는데 11시에는 고령 교인 예배이고 5시는 젊은이 예배다. 토요예배 반응이 좋다. 코로나19가 잦아들더라도 이 예배를 유지하려 한다. 방역지침 때문에 모든 교인이 교회에 나오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 예배 횟수를 늘리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교회가 선포할 메시지가 있다면.
“희망이다. 교회는 희망과 소망을 선포하는 공동체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미래의 비전을 전해야 한다. 출애굽기 15장 23절에는 ‘마라의 쓴 물’ 이야기가 나온다.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수르 광야에서 사흘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한 뒤 만난 게 마실 수 없는 마라였다. 모두 낙담했지만, 이곳에서도 물을 달게 만들어 마실 수 있었다. 작은 희망은 본 것이다. 하지만 27절 엘림에 도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곳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12개의 샘과 종려나무 70그루가 있는 비옥한 곳이다. 마라의 쓴 물 바로 앞에 이토록 큰 희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둘 사이의 거리를 11㎞ 정도로 본다. 가까운 거리지만 마라에서 엘림이 보이지는 않았을 거다. 교회가 선포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장 보이지 않아도 반드시 우리 앞에 있는 희망, 그 길로 낙담한 이웃을 인도해야 한다. 곧 엘림의 샘물이 나타난다는 걸 확신한다.”
-교회도 어려운데.
“그렇다. 교회 또한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씀을 붙잡고 있다. 우리 교회도 수입 예산이 크게 줄 것이다. 불가피한 일이다. 좌절할 일만은 아니다. 지출도 40% 이상 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돼서다. 수입이 줄어도 모이는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할 재정 여유가 생겼다. 물론 모든 교회가 이런 건 아니다. 그래서 여력이 있는 교회가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어려울 때다. 교회가 나서서 지역 소상공인의 물건을 구입하는 게 출발점이다. 공감소비운동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곧 부흥회를 한다고 들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부흥회를 열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많은 강사의 부흥회 일정이 취소됐다. 평소 모시기 힘들었던 강사 10명을 초청하려 한다. 이런 기회가 많지 않다. 한동안 교회에 나오지 못하던 교인들을 위해서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를 말씀의 능력으로 극복하자는 취지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