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R&D에 5조3600억 투자

입력 2020-05-05 04:01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도 1분기에 역대 최대 규모인 5조36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파운드리 세계 1위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구개발비가 2018년 4분기에 기록한 분기 기준 최고치(5조3200억원)를 다시 경신했다고 4일 밝혔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연구개발비 지출을 보면 2017년 2분기(4조800억원)부터 2018년 3분기(4조5600억원)까지 6분기 동안 4조원대를 기록했다. 2018년 4분기에 5조3200억원으로 처음 5조원대에 들어선 이후 4분기 연속 5조원대를 이어갔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으로 추락한 지난해 4분기에는 4조8200억원으로 4조원대로 내려섰다가 올해 1분기에 다시 5조원대로 복귀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9.7%로 지난해 1분기(9.6%)보다 소폭 오르면서 10%에 육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연구개발비로 20조1929억원을 지출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비중은 8.8%로 전년(7.7%)보다 1.1% 포인트 올랐다. 올해도 연구개발비 지출은 2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계획된 투자를 차질없이 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실적 부진 전망이 있지만 끊임없이 시스템반도체 기술을 축적하고 메모리반도체 등에서 경쟁사와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과 맥이 닿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연구개발, 생산설비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런 연구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해만 국내 특허 5075건, 미국 특허 8729건을 취득했다. 세계적으로는 특허 18만35건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중국 공장 가동 정상화에 따른 PC D램 수요 증가로 글로벌 D램 가격이 급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평균 3.29달러로 전달 31일(2.94달러)에 비해 11.9% 올랐다. 10%대 상승 폭은 2017년 4월 이후 최대치로 반도체 업황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