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금희(41)는 지난해 5월 격월간 문예지 ‘악스트’에 실린 인터뷰에서 “소설이란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받지 않는 전화를 오래 거는 것”이라고, “수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울지라도 쓰는 사람 자체는 수신처가 있다는 자기 확신 아래 시도하고 실패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김금희가 현재 누리는 명성을 생각한다면 저런 대답은 엄살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 현재 그는 한국문단에서 가장 빛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젊은작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도 적지 않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지난해 8월 독자를 상대로 진행한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설문에서도 1위에 선정됐다.
최근 그는 등단 11년 만에 첫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표지·문학동네)을 발표했다. 데뷔 직후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에세이 가운데 42편을 묶은 책이다. 산문집에는 그가 걸어온 삶과, 그의 일상과, 그가 소설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담겨 있다.
김금희는 4일 국민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소설 쓰기는 기술적인 면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에세이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하고 나면 도란도란 대화하듯 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에세이를 쓰면서 나를 돌아보며 다독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산문은 작가의 직접적인 이야기로 읽힌다는 점에서 신중해지기도 했어요.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성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가며 썼던 것 같아요.”
책에는 반짝이는 문장들이 한가득 담겨 있다. 특히 소설 쓰기의 의미를 자문하면서 답하는 다음과 같은 대목들은 밑줄을 긋게 만든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내면을 인화하는 과정이고 타인과 기꺼이 공유하는 것이다” “소설은 내게 나 자신과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가냘프고 투명한 ‘막’에 대해서 알 수 있게 했다”….
김금희는 지난 1월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에 반발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했었다. 동료 작가인 최은영, 이기호 등도 그와 뜻을 함께했다. 이 사태와 관련된 글은 ‘노동의 자세’라는 글에 등장한다. 김금희는 “작가에게 그것(저작권)은 생계와 자신의 존엄 그리고 이후의 노동을 반복할 수 있는 힘”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상문학상 주최 측을 상대로 “위력을 행사해 관철시키는 과정이 상의 권위라고 착각했던 것은 아닌가”라고 묻는다.
그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사려 깊은 시선은 에세이에서도 진하게 묻어난다. 산문집의 마지막을 장식한, 늙은 반려견 장군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보자. 작가의 가족은 열일곱 살이 된 장군이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금희는 슬픔이 갖는 오묘한 힘을 이야기한다.
“(이별을 준비하는) 그 과정에서 우리는 두려움만 느끼지는 않았다. 아직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감당해야 할 그 일에 대해 한 번 더 기운을 내보는 나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어떤 불행은 나를 비켜 가리라는 기대보다는 내게도 예외란 없으리라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위로받는다.”
김금희는 현재 두 번째 장편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열심히 쓴다면 올해 안에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다시 산문집을 출간하게 된다면 어떤 책을 내고 싶은지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이번 산문집을 쓰면서, 산문집을 내기 위해서는 용기와 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주 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가능하다면 요즘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식물들에 대한 산문을 써서 자연이라는 세계를 도시라는 프레임으로 조명해보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